슬롯 추천

본문 바로가기
명품 한라산

죽다 살아온 한라산 산행기

by 광제 2012. 12. 17.
반응형

       






일기예보 믿었다가 죽다 살아난 한라산 산행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누구나 비 오는 날 산행을 싫어할 겁니다.
우의를 입고 산행을 하게 되면 몸에서 발생하는 습기가 방출이 안 되기 때문에
장시간 불편을 감수하며 땀과의 전쟁도 불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잖아도 고행인데, 또 하나의 큰 짐을 짊어지는 셈인 것,
산을 유난히 좋아하는 저 또한 비가 온다면 웬만하면 일정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산을 찾은 계절인 요즘, 주말만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산을 찾겠다고 했는데 비 날씨라니,
하지만 거를 수 없는 이유가 생겨버렸답니다.
 
아래view on을 눌러주시면 많은 힘이 된답니다^^
↓ ↓ ↓ ↓ ↓


다음 주말에는 일본으로의 가족여행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한주 거르면 2주를 걸러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도 비가 오는 악천후의 산행을 예상하면서도 조금 위안이 되었던 것은
새벽시간에 잠깐 내리던 비가 아침 9시경이면 그칠 것이라는 일기예보 때문이었지요.
요즘도 일기 예보를 믿는 사람이 있구나 하실지 모르겠지만 직접 당해보세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합니다.

하지만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것임을 얼마 지나지 않아 실감하게 되었으니,
차라리 눈보라와 강풍이 몰아치는 악천후가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들고 두려웠던 겨울철 장대비를 맞으며 한라산에 올랐던 이야기, 더 보시지요.


등산객들이 새벽산행을 준비하고 있다. 한라산 성판악휴게소

지난 토요일 새벽 5시30분에 모닝콜을 하고는 성판악으로 향하는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답니다.
매번 이용하는 코스인 성판악으로 올라 관음사 코스로 내려오는 여정,
최소 7시간 이상은 예상되었기에 아침 일찍 서두를 수밖에 없었는데요,
무엇보다도 비가 내리는 새벽시간이라 한라산 성판악 휴게소의 분위기가 음산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도 산을 찾는 사람들은 정말 많더군요.
아마도 대부분은 일정을 잡고 여행을 온 등산 관광객들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비 날씨를 대비하여 우의를 껴입은 상태였습니다.
저 또한 여러 가지 경우를 대비하여 우의는 물론 수건 몇 장과 양말과 장갑을 두 켤레씩 준비를 하였지요.
이렇게 까지 어려운 환경을 무릅쓰고 꼭 산행을 하여야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이것도 또 다른 체험과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 댓가는 너무나 혹독하였지요.


비가 내리는 날씨 속 산행의 모습이 대충 이렇다. 한라산 속밭대피소
  
불과 이틀 전만 하더라도 온 산이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던 한라산이었는데,
전날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인하여 그동안 쌓였던 눈이 모두 녹아내리면서 등산로는 온통 물바다,

아무리 방수가 되는 등산화를 신었다고는 하지만
물길이 계속해서 이어지다 보니 견디는 것도 한계가 있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의를 타고 내린 빗물이 바지와 종아리를 거치면서 신발 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양말은 말할 것도 없고 신발 속에 물을 잔뜩 넣고 이동하는 꼴이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이것도 지대가 낮은 곳을 지날 때 까지는 그나마 견딜만하였습니다.

하지만 고지대로 올라가면서부터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고통은 배가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우의 속에 감춰진 몸에서는 기온 차에 의해 습기가 차, 온통 땀으로 뒤범벅이고
바지는 이미 물에 빠진 생쥐 꼴, 장갑도 이미 흠뻑 젖어버린 상태입니다.


우의를 입고 힘든 산행을 하는 등산객들의 모습, 한라산 속밭대피소

냇가를 이루고 있었던 등산로를 따라 비에 젖은 채 강행군을 했던 것은
조금 있으면 비가 그칠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지요.
절퍼덕거리는 힘든 산행 길,
평상시라면 많이 걸려야 두 시간 반이면 올라가는 진달래밭 대피소까지의 시간을 30분이나 더디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날에 비해 진달래 밭 대피소가 유난히 반가웠는데요,
이미 물통이 되어 버린 등산화를 벗어 접어버린 양말이라도 짜 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등산화와 양말이 물레 담궜다가 꺼낸것 처럼 흠뻑 젖었다. 기온차에 의해 김이 모락모락~. 한라산 진달뱉 대피소
  
성판악을 출발한지 세시간만에 도착한 진달래밭 대피소,
우선은 따뜻하게 속을 달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천오백원짜리 사발면을 구입해 물을 받아 놓구요,
사발면이 익는 동안 가장먼저 한일은 등산화 속의 빗물을 닦아내는 일이었습니다.

어차피 오르다보면 또 물이 찰것은 당연하지만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야만 했던 것입니다.
젖어버린 양말도 꽉 자내고 다시 신을 생각입니다.
분의 양말을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나중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기에 최대한 아껴둬야만 했습니다.

화장지를 이용해 등산화 속의 물기도 가능한 짜내야 했다. 한라산 진달래밭 대피소 

 흠뻑 젖어버린 등산화 속의 물기도 최대한 짜내야 했습니다.
비가 그치지 않는 이상, 다시 오르다 보면 다시 빗물이 차겠지만 이상태로 움직일수는 없었지요.
물을 짜내기 위해 사발면과 함께 구입한 티슈,
조그마한 일회용 티슈 하나에 7백원을 받더군요. 장사해서 떼돈 벌겠더군요...한라산!!!

등산화에 물이 차면 진짜 힘들었던 점은 한번 들어온 물이 절대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방수가 되는 기능성 신발이지만 일단 물이 들어오고 부터는 정말 난감하더군요.
어쨌거나 여기서 포기할거면 아예 올라오질 않았습니다.
재정비를 하고 다시 출발입니다.

등산로변에 있는 계곡이 아니다. 밟고 지나가는 등산로의 상황이 이렇다.

평상시 같았으면 물소리 한번 듣기 어려운 곳이 한라산인데,
오르는 내내 세차게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많은 눈이 내렸었는데, 그동안 내린눈이 빗물과 함께 녹으면서
세찬 개울을 형성한 것입니다.
 
물피해를 입지 않고 지나가기란 장화를 신지 않는 이상 힘들 것 같은 상황입니다.

 쏟아지는 빗줄기는 여전히 그칠 줄 모른다. 한라산 백록담

무려 4시간반이나 걸려 도착한 한라산 정상, 
아무리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시간을 허비했다고는 하지만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이미 바지와 등산화는 흠뻑 젖어버린 상태
그래도 비라도 그쳤으면 조금 위안이 됐을 것인데,
오히려 정상부근은 강풍이 동반되어 더욱 힘든 환경이었습니다.

고지대 차가운 기온 탓에 잠깐만 서 있어도 시려움이 밀려오더군요.

악천후에 안절부절 못하는 등산객들, 한라산 백록담

흠뻑 젖은 상태의 바지와 등산화

영하에 가까운 기온 탓에 조금만 서 있어도 고통이 밀려옵니다. 
쉬지말고 움직이는 것만이 살길,
앉아볼 새도 없이 하산길을 서두릅니다. 

등산로가 딱 이런 모습이라고 보면 된다. 한라산 관음사코스

하산길에서는 빗줄기가 약해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악조건은 그칠줄을 모릅니다.
 
냇가를 이뤄 물길 일색인 성판악 등산로와는 다르게
관음사 코스는 온통 질퍽한 눈길이 발걸음을 힘들게 하였습니다.

위에서 보면 눈이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체중을 실어 밟으면 그대로 푹푹 꺼지는 길이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발목을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요.

고사목에 피었던 하얀 눈꽃도 온데간데 없다. 한라산 관음사코스

 셀수도 없이 눈길 늪지대에 빠져 허우적 대던 발의 모습이다. 한라산 관음사코스

빗물이 타고 내려오는 계곡의 모습, 한라산 용진계곡

건천의 특성을 갖고 있는 한라산의 계곡,
평소라면 물이란 걸 구경할 수가 없지만 이날 만큼은 다르더군요.

삼각봉에도 폭포가 형성되어 있다. 한라산 삼각봉

개미등 인근의 소나무밭지대에서 만난 안개, 한라산 관음사코스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산행길,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운치의 풍경이었습니다.
삼각봉을 내려 30분쯤 왔을까.
비가 그치면서 형성된 안개가 소나무밭에 형성되면서
그윽한 운치를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었지요.

힘든 길을 걸어 온 이에게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 말입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등산로. 한라산 관음사코스

몽환적인 분위기의 등산로. 한라산 관음사코스

안개에 휩싸인 다리. 한라산 탐라계곡

한겨울 세찬 강풍과 눈보라가 몰아칠때도 한라산엘 올라봤지만
이번처럼 힘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분신처럼 들고 다니는 무거운 카메라는 배낭속에서 한번도 나와보지도 못하고
모든 사진은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겨우겨우 가리고 스마트폰으로 찍어야 했습니다.

따뜻한 물이 받아진 욕조가 너무나 반가웠던 산행,
두번 다시는 이런 날씨에는 가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하룻밤 지나고 나니 또 생각나는 것은 대체 뭔지...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