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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민속촌을 다녀오는 길에 지나게 된 표선리 사거리,
시내에서는 꽤 먼거리에 있는 지역이라 특별한 일이 아닌 경우에는 갈 기회가 없는 곳이기도 하지요.
오랜만에 가는 곳이라 그런지 이곳을 지날 때마다 늘 기웃 거려지는 곳이 있답니다.
오후4시 30분에 무료 슬롯 사이트공항에서 약속이 잡혀 있는데,
표선에서 가리키고 있는 시간은 3시 정각,
불과 30분 정도의 여유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있어 발길을 멈췄습니다.
춘자국수(춘자싸롱)의 실내 분위기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식욕본능 보다는
이곳에 가면 아무데서나 쉽게 맡을 수 없는 독특한 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그리워하다가 오랜만에 찾아가 그래 이거야 하면서 안도하는 바로 그 느낌!!
역시나 길가에 차를 세우면서도 후각을 자극하는 멸치향,
문을 열고 들어서면 좁은 식당 안에 가득 퍼져 있는 구수한 멸치국물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꿀꺽하고 넘어갑니다.
오랜만에 왔지만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아이들까지 합해 다섯 명,
멸치국수 5인분을 해달라고 하니, 1인분이 모자라 삶아야 한다며 조금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허락된 시간이 30분인데 어쩌리, 그냥 4인분만 해달라고 하고는 나눠먹어야 할 듯합니다.
춘자국수(춘자싸롱)의 단촐한 메뉴판
따로 메뉴판이 없는 이집,
시선이 쏠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덧 3천원으로 국수값이 올랐네요.
2년 전인가 2천5백 원 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랜만에 온듯합니다.
예전에는 주인인 춘자 할머니 한분이 장사를 했었는데
이제는 같이 도와주시는 분이 있는 걸로 봐서는 손님들이 꽤 되는 가 봅니다.
춘자국수(춘자싸롱) 탁자 위에 준비된 깍두기 김치와 참깨가 들어있는 고추가루
깍두기는 먹을 만큼 덜어내면 됩니다.
조리시간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미리 삶아 놓은 국수 적당량을 덜어내 몇 번 헹구어 양은냄비에 담아내고는 국물을 부어
그 위에 무엇인가 툭툭 털어내는데 내어오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2분 남짓입니다.
국수 맛을 보면 빠른 조리시간에 비해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지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멸치국수에는 고추가루가 최고,
매운것을 싫어하는 아이들 것은 빼고 고추가루를 넉넉하게 얹었습니다.
양은냄비 가득히 충분하게 들어있는 국수발,
여기에 숭숭 썰어 넣은 쪽파와 참깨를 섞은 시뻘건 고춧가루가 전부입니다.
고명이라고 해서 따로 얹어놓은 것은 없습니다. 밑반찬도 달랑 한 개 아주 알맞게 익은 깍두기가 전부이지요.
평소 인스턴트와 기름진 음식 그리고 고칼로리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에게
국수 한 그릇이 어떤 맛을 내는지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오늘 아이들과 이곳을 찾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국수라고 하면 의례히 화려한 고명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양은냄비에 투박하게 얹어진 쪽파와 고춧가루를 보고 신기해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맛을 보고나서는 코를 박은채로 국수에 푹 빠진 것을 보니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향긋한 향이 일품인 쪽파도 멸치 다음으로 국물맛의 주범(?)으로 보여집니다.
춘자국수(춘자싸롱)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양은냄비
1981년에 이곳 표선리에서 국수장사를 시작하여 어느덧 32년 째를 맞고 있는 춘자국수,
이번에는 이곳의 주인장이신 춘자 할머니와도 잠깐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언제 먹어도 변함없이 구수한 국물 맛, 대체 무엇이 맛의 비결이냐고 여쭤보니,
최고 품질의 멸치를 사용한다는 것 밖에는 없다고 합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아무리 국물 맛내는 비결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줘도 그 맛을 낼 수 없다는 것,
그렇겠지요, 그게 그리 쉽다면 장사 아무나 하게요.
오늘은 이곳의 멸치국수에 얽힌 일화를 하나 알려주시더군요.
일가친척 중에 갓난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젓병을 물고 지내는 아기에게 어느 날 이유식 떨어져 대신에 멸치국물을 넣어서 먹여봤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어인일이랍니까.
이유식보다 더 맛있게 잘 먹더라는 겁니다.
그날 이후로 틈만 나면 멸치국물을 먹였더니 커갈수록 뼈가 남다르더란 얘깁니다.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튼튼한 뼈대가 느껴질 정도로 자라는 아이를 보았다는 얘기,
멸치에 담긴 칼슘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직감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합니다.
단지 쪽파와 고춧가루뿐인데도 불구하고 맛이 예사롭지가 않은 맛,
진하게 우러난 멸치국물이 압권인데,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서 그런지 얼큰하기까지 합니다.
간밤에 약주를 거하게 하신 분들이라면 해장용으로 딱 어울릴 것 같은 맛의 춘자멸치국수,
행여 지나는 길이라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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