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데리고 집나간 아내 하루 만에 돌아온 사연
결혼 12년 동안 정말 옴팡지게 부부싸움을 해본 것이 딱 두 번입니다. 신혼 초에 제대로 크게 한번 붙었었죠. 하지만 아내가 그만 사랑하는 아들을 놔두고 나가는 바람에 제가 부리나케 달려 나가 3분 만에 모시고 온 적이 있습니다. 글로 다 적지는 못했지만 정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었지요.
"담부턴 절대 안그럴테니 이번 한번만 봐달라고..." 그렇게 첫 위기는 무사히 넘겼습니다. 이글을 쓰고 난 후 가장 인상에 남는 댓글이 있습니다. <<모자란 자식 그렇게 살아라 이혼하지 이놈아 못난놈>> 이었습니다. 아주 뼈아픈 댓글이었죠. 그래도 한분만 빼고는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첫 번째 라운드 보기<클릭>
그 후론 이렇게 못난 놈으로 쭈욱 살다가 3년 전쯤에 제대로 또 한 번 붙었습니다. 이번에도 첫 번째 싸움 못지않게 정말 옴팡졌습니다. 싸우면서도 첫 번째 라운드의 처절했던 아픔을 잊지는 못했습니다. 가슴속 깊이 새긴 채, 두 번 다시는 못난 놈이 되지 말자고 수없이 떠올렸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바로 첫 번째 라운드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아들 녀석과 딸애가 9살, 7살이라 전혀 꿀릴 것이 없었습니다. 핏대를 바짝 세우고 싸우면서도 상황판단을 잘 해야만 했습니다. 이번에는 기회를 보고 내가 먼저 나가야겠다는 염두를 머릿속에 둔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첫 라운드의 아픔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에도 아내는 싸움이 막바지에 이르자 집을 나가려는 액션을 취합니다. 예상시나리오 그대로입니다. 이번에는 가만히 보고 있지 않고 내가 먼저 잽싸게 지갑을 챙겨 넣고는 현관을 나와 버린 것입니다. 내가 먼저 주도권을 쥐어야 했고 나가려거든 집에 있는 애들도 데리고 나가라는 뜻이었습니다. 나름대로의 작전은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몇 시간 동안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 보니 썰렁하니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텅 비었습니다. 아내는 끝내 화를 못 참고 집을 나가면서 차마 애들을 두고 갈수는 없었는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밤이 깊어가도록 아내와 애들은 돌아올 줄을 모릅니다. 이거 심난합니다.
싸울 땐 욱하는 마음에 그럴 수 있다 해도 막상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나니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내와 애들이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닙니다. 밤은 점점 깊어가는 데 말입니다. 할 수 없이 전화기를 꺼내들었습니다. 받을 리가 없습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옆 계단에 사는 가장 친한 이웃에 전화를 해보니 모르겠답니다. 처갓집에는 그냥 안부전화를 드렸습니다. 장인어른의 낌새로 보아, 가지 않은 모양입니다. 뜬눈으로 긴 밤 지새게 생겼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새벽녘에 잠깐 눈을 붙인 것 빼고는 완전 날 샜습니다. 이제 어디 전화해 볼 곳도 없습니다. 일단은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챙겨 입고 출근했습니다. 회사에서도 수도 없이 연락을 해봐도 연락이 닿질 않습니다. 조바심에 애간장만 태웠던 하루가 지나고 어느덧 퇴근시간.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서니 왁자지껄 애들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이쯤에서 조급하게 따지고 들면 안 되었기에 침착하게... 속으로는 다행이다 싶었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행동해야만 합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아내눈치를 보며 아들 녀석을 조용히 불러 세웠습니다.
"어디 갔었니?"
"옆집에서 잤어~ 아빠!"
"......;;"
이쯤 되면 첫 번째 라운드를 되갚아주기는커녕 또 당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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