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서 4등, 딸애가 눈물 흘린 이유
-4등으로 골인, 아빠 얼굴 보자 닭똥 같은 눈물-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건,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건, 어린 딸애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 굴 때면 왜 이렇게 가슴이 아린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자식인데도 불구하고 아들이 흘리는 눈물에는 비교적 덤덤한데, 딸애의 눈물은 왜 이렇게 애잔하게 가슴을 파고드는지 모르겠네요.
지난해에는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전면 취소되었던 초등학교의 운동회가 토요일인 어제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운동회하면 가을을 연상시킬 정도로 계절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적당한 시기를 골라 학부모들의 의견을 절충하여 개최를 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부터 학교에서 돌아온 딸애는 매일 같은 자랑거리가 하나 늘었습니다. 운동회의 본경기가 열리기 며칠 전부터 치러진 달리기연습경기에서 한번도 빼놓지 않고 1등을 한 것입니다. 방과 후 집에 돌아오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던 딸애.
"아빠~! 1등은 무조건 내 차지야!!"
수차례 연습을 했어도 단 한번도 1등을 남에게 내준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확신에 찬 미소를 지어 보이던 딸애의 모습을 보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아들 녀석은 여동생의 이런 모습에 은근 배가 아픈 모양입니다. '장애물을 놓고 달리는 경기라 실수하면 꼴지도 할 수 있다.'고 시간만 나면 놀려대네요. 사실 아들 녀석은 연습경기에서 단 한번도 1등을 못했으니 배가 아플 만도 했습니다.
드디어 다가온 운동회 날, 딸애가 1등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골인지점 부근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멀리 출발선에선 선생님의 후루라기 신호에 맞춰 힘차게 달려 나오는 딸애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출발선에서 그만 넘어지고 만 것입니다. 본 경기라서 너무 긴장을 한 탓일까요? 하지만 벌떡 일어나 다시 내달리는 딸애, 안간힘을 써보지만 이미 스타트에서 뒤쳐진 승부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과는 5명중에 4등으로 골인지점을 통과한 딸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준 것이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모릅니다. 엄지손가락을 지켜들며 '잘했다.'며 격려를 하며 다가가는데, 숨을 가쁘게 몰아쉬던 딸애가 아빠의 모습을 보고는 순간적으로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가 쉽더니 이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는 겁니다.
반드시 1등을 먹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고 기필코 아빠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자, 자기도 모르게 그만 울컥 눈물이 쏟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잘했다."고 울지 말라며 어깨를 두드리는데, 갑자기 발목이 아프다는 시늉을 하며 이제는 발목을 잡고 눈물을 흘리네요. 넘어지면서 삐끗했나봅니다.
선생님을 불러 엄마와 함께 일단 양호실로 데려갔는데, 조금 전까지 발목이 아프다고 울던 애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평상시에도 무척이나 자존심이 강하여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걸 싫어하는 딸애가, 자신의 눈물은 발목이 아파서 흘린 것이지, 4등으로 골인하여 억울해서 흘리는 눈물이란 사실은 애써 감추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이왕이면 1등으로 골인을 했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까짓 4등이면 어떻습니까. 끝까지 달려준 것만으로 기특하기만 합니다. 정작 억울한 것은 딸애의 마음이겠지요. 그런데 연습에서 단 한번도 1등으로 못했던 아들 녀석은 본 경기에서 1등으로 골인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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