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한번 하려다가 설교 당한 황당한 사연입니다. 종교에 관한 에피소드라서 예민하게 받아드리는 분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만큼 각자가 본인이 원하는 종교를 갖고 있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종교 없이 무난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구나에게 보장된 종교의 자유이기에 비록 상대가 나와 같은 종교가 아니더라도 상대방 스스로가 선택한 종교에 대해서도 최대한 존중을 해주는 것이 도리일 것입니다.
지인과 한라산 등반을 하고 하산을 하던 시간이었습니다. 시내의 모 고교 앞에 주차를 해 놓고 있던 터라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횡단보도를 건너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횡단보도에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 셋이서 손에는 커다란 푯말을 들고 서 있는 겁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무슨 글이 쓰여 있나 자세히 보니 '서귀포 방면' 이라는 글이 쓰여 있습니다.
지나치면서 '무슨 뜻이지?' 하고 생각해 봤는데, "아하~서귀포 방면으로 가는 차량을 잡고 있는 거구나" 얼핏보니 무전여행을 하는 학생들인 듯 합니다. 그런데 가만, 이곳에서는 서귀포 방면으로 가는 차량이 없는 지역이었습니다. 10여 미터를 지나쳤다가 이제 곧 해가 질텐데 저렇게 둬선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되돌아가서 물었습니다.
"지금 뭐하는 거 에요?"
"아..네..서귀포 쪽으로 가야하는데 빈차가 있으면 얻어 타고 가려고 이러고 있어요."
역시 저의 예상이 맞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기다려도 서귀포로 이동하는 차량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을 하고는 몇 분이냐고 물었습니다. 다섯 명이라고 하더군요. 5인승 차량이니 난감합니다. 얼핏 보니 덩치가 조금 작아 보이는 학생도 있는 것 같아 바짝 당겨 앉으면 가능하겠다 싶어, 제차에 타라고 했습니다. 최소한 서귀포 방면의 버스를 타는 곳까지는 태워다 주고 싶었거든요.
청년들은 수차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차에 오릅니다. 오르자마자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청년이 말을 걸어옵니다.
"선생님, 혹시 교회에 다녀 보신 적 있으세요?"
"아뇨 없습니다."
"절에 다니시는 군요, 자주가시는 편인가요?"
차 안 룸미러에 걸려있는 염주를 보고 묻는 것 같았습니다. 자주 가는 편이라고 대답을 하니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만큼이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합니다. 조금 있으면 내려야 하니 얘기를 하지 말라고 정중히 사양을 했습니다.
정중히 사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말을 시작합니다. 충청도의 어디에서 왔다고 했는데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열차타고, 배타고 무료 슬롯 사이트도까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러 다니는 신학교 학생들이라고 소개를 하더군요, '전도'라고 하였습니다. 소개를 한 후 곧바로 시작된 그들이 얘기하는 '전하는 말씀'을 다시 한 번 제지를 하였습니다. 그만 말하라고...
하지만 저의 요구는 묵살 당하고 학생의 얘기는 계속되었습니다. 학생들을 태우고 이동한 시간이 10여분 남짓, 비록 긴 시간은 아닐지라도 절에 다닌다는 사실, 그리고 차내에 염주가 걸려있는 모습을 확인하였고, 또한 듣고 싶지 않다고 정중히 거절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의 설교는 과연 어떤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걸까요. 아무리 그들이 얘기하는 '전도'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배우는 학생이니 만큼 상대방을 존중하는 예의를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닌지요.
그리 길지 않은 10여분의 가시방석과도 같았던 시간, 거북스런 '전도'활동이 오히려 안 좋은 이미지만 심어 놓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서귀포 방면으로 이동하는 차량이 빈번한 지역에 이들을 내려주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행여나 나처럼 좋은 일 한번 하겠다고 저들을 서귀포까지 태워줄 사람이 이왕이면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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