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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딸의 제안
슬리퍼, 욕실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죠..
욕실의 슬리퍼가 낡아 얼마 전에
아내가 오일장에서 슬리퍼 한 개 사왔습니다.
그런데 앞쪽 발가락 부분이 트인 제품입니다.
발가락 부분이 트인 슬리퍼는 상당히 불편합니다.
욕실에서 씻다보면 물이 튀는 게 당연지사...
어쩔 수 없이 발가락 부분이 젖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젖을 때마다 발을 씻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아~ 이 귀차니즘..어찌할까요..ㅋ
결국은 견디다 못해 아내에게 잔소리를 좀 하고는
앞이 막혀있는 슬리퍼로 과감하게 교체를 하였습니다.
앞을 꼼꼼하게 감싸주기 때문에 발가락이 젖을 염려가 없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던 것이죠.
그런데 바로 얼마 후
욕실로 들어가면서 슬리퍼를 신는 순간....으 차거~~!
슬리퍼 안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던 겁니다.
이럴 때 정말 왕짜증이죠..
이러기를 수차례, 며칠 전엔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우쒸~~! 슬리퍼 좀 세워두라 했잖아~~!"
물이 고인 슬리퍼를 신을 때마다 매번 신신당부를 했지만,
쉽게 고쳐지지가 않았습니다.
급기야 부부 싸움 일보직전까지 가는 사태를 맞은 것이지요..
마침 옆에서 이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초등생 딸애의 한마디.
"아빠~! 그만 싸우고, 슬리퍼 바닥 뚫어~~!"
아내와 티격태격 하느라 딸애의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았지만,
툭 던져진 제안이 머릿속을 계속하여 맴돕니다.
한편으론 기가 막힌 아이디어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바닥을 뚫으면 슬리퍼에 물이 고이지 않고 바로 빠져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단순한 건데..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생각만 하고 있다가
하루가 지난 뒤 슬리퍼에 칼을 대었습니다.
너무 크게 뚫으면 발바닥이 불편할거 같아
새끼손가락 정도의 슬롯 추천을 내어 잘라내었습니다.
그리곤 물을 부어봤습니다.
햐~~~너무 신기할 정도로 물이 빠져나갑니다.
하나도 남김없이 말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몰래 뚫어 놓으려 했는데,
하필이면 또 딸애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앗~! 아빠~슬리퍼 뚫었네, 이젠 물 안고이지?"
"어..그러네...."
"그니깐 이젠 아무것도 아닌 것 갖고 싸우지 마~~! 아빠..알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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