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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배달원 때문에 피자집 때려친 가슴 아픈 얘기

by 광제 2011.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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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이야기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웃지 못 할 이야기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포부를 품고 자금을 투자하여 시작했던 사업, 지금쯤 사업을 접고 어디선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그분이 행여 이글을 본다면 아픈 과거의 쓰린 기억을 되살리는 것 같아 조금 염려스럽긴 하지만, 어차피 지난 일이고 이제는 웃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리라 믿겠습니다.


오랜 직장 생활 끝에 조그마한 사업이라도 시작하여 독립을 해보겠다고 뛰쳐나간 그는 시내에서 조그마한 피자집을 오픈하였습니다. 유명 브랜드의 체인점은 아니었지만 맛과 서비스로 승부를 걸겠다며 야심차게 출발을 했었지요. 당연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피자전문점이었습니다.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피자집은 맛이 사업의 향방을 좌우하기도 하겠지만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배달을 얼마나 신속하게 하는 것이냐 입니다. 자장면을 주문하다보면 어떤 경우에는 면이 퍽퍽하게 굳어버려 자장소스를 버무리지도 못하는 상황을 보기도 하는데, 피자 또한 따뜻할 때 먹어야 제 맛이지요.


피자 사업을 시작한 그도 그런 배달의 중요성을 모르진 않았을 겁니다. 그런 까닭에서였을까요? 사회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는 배달오토바이의 난폭성, 그리고 배달 시간에 쫓긴 나머지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했는지는 모르지만, 정년을 앞두고 있었으며 같은 회사에 몸담고 있던 지인을 배달사원으로 채용을 한 것이었습니다.


정년을 앞두고 있던 지인은 당연히 새로운 일자리를 간절히 원했던 터라 두말없이 배달사원을 자청했습니다. 이렇게 같은 회사에 다니던 두 사람이 사업주와 사원의 입장으로 다시 만나 야심찬 출발을 하였던 것입니다. 두 사람의 뜨거운 우정이 조만간 사업에 발목이 잡힐 것은 꿈에도 모른 채 말입니다.
  

초반부터 삐거덕 거렸습니다. 고객들이 항의 전화가 빗발쳤던 것이지요. 주문을 하고나서 한참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는 피자에, 항의 전화를 받는 것만도 하루에도 수십 차례, 때론 배달을 완료했지만 피자가 너무 식어버려 반품을 요청하는 사례까지 빈번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배달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배달사원으로 취직한 이분, 오토바이를 탈줄 안다는 것 하나만 믿고 같이 일하게 되었지만, 정년을 앞둔 사람이라 오토바이 운전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도로상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교통법규는 단 한 번의 위반도 없이 철저하게 지켰으며, 앞서가는 차량을 추월하는 경우는 이 분의 사전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차선을 넘나들며 곡예운전하는 피자배달원(사진은 내용과 무관)

신속배달이 생명인 배달전문점, 고객들의 항의번화가 빗발 칠 때마다, 조금 빨리 배달을 해주면 안 되겠냐고 죽는 시늉을 다 해봤지만 처음부터 운전습관이 그렇게 길들여진 터라 조금도 나아지는 기미는 보이질 않았던 것입니다. 이러는 사이, 발품을 들여 닦아놓은 귀한 고객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주문량도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초기 배달에 문제가 있을 때 과감하게 배달사원을 갈았어야 했지만 전에 같이 다니던 회사의 동료였던 둘만의 관계가 빠른 조치를 취하는데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다가, 결국에는 주문량이 급감하여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마 전, 패스트푸드 배달 사원들이 목숨을 건 도로위의 질주가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마냥 난폭한 질주 정도로 치부되었던 배달원들의 실상은 목숨을 담보로 한 처절한 발버둥이었단 사실입니다. 시간을 정하여 배달을 완료하지 못하면 벌금을 물리는 사업주까지 있었다고 하니 이들의 딱한 사정을 익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살인적인 속도경쟁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양면을 보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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