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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문자메시지 하나로 부부싸움까지 번진 사연

by 광제 2011.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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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한 듯

남자가 말이죠, 회사에 출근하여 일을 하다 보면 가정사에 조금은 소홀할 때가 더러는 있답니다. 더군다나 한참 바빠 죽겠는데, 문자메시지로 이것저것 캐물을 때면 어떨 때는 정말 귀찮기도 하지요. 휴대폰의 문자기록을 살펴보던 중 아픈 기억을 담고 있는 문자가 눈에 띠네요. 다름 아닌, 약 한달 전에 집에 있는 아내와 직장에서 일을 하던 제가 나눈 문자메시지인데요, 문제는 이 간단한 문자 한통으로 인해 아주 크게 부부싸움을 했던 아픈 추억이 깃들어 있는 문자랍니다.

남편인 제가 다니는 직장은 서비스관련 직종으로 근무시간이 딱히 정해져 있질 않습니다. 어떤 날은 한밤 중에 출근하는 날도 있고, 어떤 날은 남들이 곤히 잠들어 있는 새벽에 출근하는 날도 있답니다. 물론 대낮에도 출근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근무시간이 상황에 따라 자주 바뀐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내가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도 바로 이것 다음날 출근시간인데요, 집에서 미처 물어보지 못한 궁금증이 있으면 문자메시지로 그 궁금증을 해결하는 아내, 그날도 궁금했던 부분을 문자로 물어 온 것입니다.

컴퓨터의 키보드조차도 독수리타법인 내가 휴대폰의 문자메시지를 능숙하게 다룰 리는 만무입니다. 문자로 뭘 물어오면 차라리 전화를 걸어 답변하는 것이 편하더군요. 하지만 그날은 대답을 할 게 그리 길어 보이지 않아...
 
"다음 날 몇 시에 출근할 것이냐?"고 물어오는 아내에게 간단하게

"새벽"이라는 두 글자만 달랑 적어서 답신을 보냈지요. 바빠 죽겠는데, 길게 쓸 시간도 없거니와 자판치는 게 귀찮아서 길게 쓰고 싶지도 않았답니다. 이때만 해도 개의칠 않았지요.

문제는 답신을 받은 아내의 심기가 상당히 불편했다는 겁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더니, "무슨 문자답변을 그리 성의 없이 하느냐"는 아내,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답신한 내용을 살펴보니 조금 무성의한 부분도 없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내가 처음에 보낸 문자도 성의가 없기는 매한가지처럼 보였습니다. 왈가왈부, 티격태격, 논쟁만 좀 벌이다가 그렇게 정리되는가 싶었습니다.


크게 문제가 된 건 그로부터 약 1주일 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시간에 아내에게서 날라 온 한통의 문자, 퇴근시간이 언제냐고 물어온 것입니다.

오홋, 이거 대답 간단하겠더군요. 오후2시에 퇴근을 할 예정이라...

달랑"2"라는 숫자만 쓰고는 전송~!
아차차, 이걸 어째, 일주일전 비슷한 일로 다퉜던 기억은 문자를 보내고 나서야 떠오른 것입니다. 아~습관이라는 것이 무섭네요.
그러나 이미 버스는 떠난 상태였습니다. 퇴근 후 아내의 표정이 상당히 궁금해지는 상황입니다. 

"세상에 2가 뭐니...2가...차라리 둘이라고 쓰지"

퇴근 후 신발도 벗기 전에 내뱉은 말입니다. 의식하지 않은 것처럼 의연한 모습으로 대처하자고 마음을 먹고 퇴근했는데, 아내는 잔뜩 벼르고 있었나봅니다. 무엇보다도 일주일전에 그렇게 일렀으면 알아들어야지... 혹, 다른 사람들에게 이러냐고 물어 보는데, 이 질문을 받고 생각해 보니, 아내에게나 이랬지 다른 사람에게 이런 무성의한 문자는 보내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아내가 주장하는 내용은 '문자하나를 보면 아내를 얼마나 무시하는지 알 수 있다.' 이거지요. 뭐 아내의 주장이 틀려보이지는 않고 해서 우선은 미안하다고 꼬리를 내리고 말았답니다. 담부턴 조심하겠노라고...그런데 바쁘다 보면 쉽게 고쳐질지는 모르겠네요. 님들이 보기에도 정말 성의 없어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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