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 즐겨먹는 냉면, 이제는 알고 먹자
열대야!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밤잠을 설치기 딱 좋은 시기네요.
잠은 최고의 보약입니다. 슬기롭게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무더운 여름, 이런 여름철에 많이 찾는 음식이 있지요. 바로 냉면입니다. 쫄깃하고 시원한 냉면, 가위로 잘라내야 할 정도로 쫄깃한 면발도 그렇지만 시원한 국물 맛이 참 일품이지요. 더욱이 요즘 같은 날씨라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듯합니다. 지난 주말에는 이틀에 걸쳐 연거푸 점심을 냉면으로 때웠답니다.
음식점에서 냉면을 먹으려고 보니 얼마 전 방송에서 들었던 멘트가 생각나더군요.
바로 냉면에 얹어져 나오는 계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수없이 냉면을 먹으면서도 깊게 생각해 본적은 없었지요. 단순히 너무 밋밋해 보이는 냉면위에 보기 좋으라고 올려놓은 데코레이션 정도로 생각했었으니까요. 하지만 방송에 나온 내용을 보니 과학적이고 그럴싸한 이유가 있더랍니다.
계란을 얹어 놓는 이유가 뭘까
과연 맞는 말일까.
마침 냉면집 쥔장께서 조금 한가한 것 같아 냉면에 계란을 넣는 이유에 대해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아쉽게도 모르더군요. 별 희한한 걸 다 물어보는구나 하는 표정입니다. 자고로 냉면집 사장 정도면 기본적으로 알아둬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만의 바램...;; 뭐 손님들이 맛있게 먹어주면 그것으로 좋은 게지요.
생각난 김에 과거 특급호텔 조리장으로 일을 한 적이 있는 친구에서 연락을 해봤답니다. 뜬금없는 질문을 받고는 처음에는 쉽게 대답을 못하더군요. 하지만 방송에서 들었던 내용을 얘기해주니 일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냉면의 면발을 만드는 주원료는 메밀이지요. 이 메밀에는 곡류 중에서도 아주 풍부한 섬유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섬유질 부족은 변비의 주원인이기기도 하지요. 그런데 메밀면의 풍부한 섬유질은 비어있는 위속이라면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계란의 노른자가 바로 위벽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냉면을 먹기 전에 계란먼저 먹어야 한다?
한 가지 설득력 있는 이유가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냉면의 성질입니다. 냉면에는 식초가 들어가야 맛이지요. 저도 식초의 신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식초를 더 쳐서 먹기도 하는데요, 강한 산성을 띠고 있는 냉면이 또 우리 몸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상쇄시켜주는 작용을 해주는 것이 바로 알칼리성 음식인 계란의 흰자라고 합니다.
위 두 가지의 경우만 보더라도 냉면을 먹기 전에 반드시 계란을 먼저 먹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것도 모르고 계란은 귀찮아서 아예 먹지 않거나 나중에 먹고 그랬으니...;;
냉면은 겨울철이 제철이다?
그리고 이번 냉면에 대해 조사를 해보다 알게 된 것 한 가지, 바로 냉면을 먹는 시기입니다. 우리는 보통 냉면을 두고 여름철이 제철음식이라고 알고 있었는데요, 사실은 겨울이 제철이라고 합니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찾는 별미인 냉면, 얼핏 들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인데요. 더위는 더위로 다스린다는 이열치열과 같은 맥락으로 이한치한(以寒治寒)이라는 말에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냉면입니다. 상대적으로 겨울철에 쌓이는 체내의 열을 냉면이 식혀 준다는 것이지요.
또한 조선시대부터 즐겨 먹었던 음식으로 추측되는 냉면은 겨울철에 아주 차게 식힌 국물에 면발을 말아 먹었던 음식으로 조선 순조 때의 학자인 홍석모(洪錫謨)가 지은 세시풍속서인 [동국세시기]에도 냉면은 겨울철 별미음식으로 기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냉면은 주로 메밀을 많이 생산하는 추운 북부지방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었지만 6.25이후에 남쪽으로 내려온 사람들에 의해 전국으로 전파가 되었다고 합니다. 비록 겨울철 별미라고는 하지만 누가 뭐래도 무더운 여름철 땀 흘린 뒤 먹는 냉면의 시원하고 시큼한 맛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지요. 하지만 좋은 음식도 과하면 좋지 않겠지요. 적당히 드시면서 지혜로운 여름 한 철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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