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 놓고 쓰지 않는 카드가 무려 25장, 스스로도 놀라
과거 초창기에는 신용카드 한 장만 갖고 있어도 엘리트의 상징이었던 때가 있었지요.
그런데 요즘, 이 신용카드로 인한 문제가 자꾸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2장 이상 카드를 소지한 사람들의 돌려막기 금지를 발표한 것과 더불어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한사람이 갖고 있는 신용카드이 수가 4.8장에 달한다는 것, 그리고 이중 25%에 해당하는 숫자는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무실적 카드라는 것입니다. 이 무실적 카드는 결국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그것입니다.
올해 6월말을 기준으로 카드 회원 수만도 무려 8천734만 명,
이들이 발급받은 카드의 수는 무려 1억 2천만장이 넘는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신용카드를 한 장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의 수는 전체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2천547만 명이며 이들 중 무려 1천396만 명은 3장 이상의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입니다.
외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오래된 관행, 마케팅 출혈경쟁과 실적만 따지는 카드사들의 무차별 발급으로 인해 덩달아 늘어난 것은 이른바 장롱카드입니다.
발급만 받아놓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카드들,
6월 말 현재 3천295만장으로 전체 카드의 4분의 1은 곤히 잠을 자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장롱카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카드이야기도 나오고 해서 그동안 모셔두기만 했던 신용카드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장롱카드라는 말에 걸맞게 문갑 속이나 서랍장 이곳저곳 에 박혀 있었던 신용카드들,
예상도 못한 많은 수의 카드들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아내의 이름으로 발급받은 카드까지 합하니 무려 25장에 달합니다.
모셔둘 때는 인식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습니다.
물론 이중에는 기한이 오래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카드들도 있지만,
지금 바로 등록만 하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들도 아내의 것까지 합하여 11장에 이릅니다.
발급받아 스티커를 제거하지도 않은 카드도 7장이나 있더군요.
언제부터인가 우리 부부는 한 개의 신용카드만을 부부용으로 발급받아 사용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실적만 올리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카드사들, 그리고 인맥을 들고 발급을 요구하는 가까운 지인들 때문에 거절을 못하다 보니, 사용하지도 않을 것이면서도 무분별하게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신용카드사들의 이런 마케팅에 쏟아 부은 돈은 올 상반기에만 무려 2조2천억 원 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카드사들을 통해 빠져나간 개인정보들은 또 얼마나 많은 곳에서 떠돌고 있을까요. 그놈의 인맥이 뭔지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해 낳은 결과물입니다.
80년대 중반만 하더라고 지갑 속에 한 장이 신용카드만 있으면 왠지 뿌듯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면 언제든지 현금서비스(당시에는 보통 30만원)를 받아 사용할 수 있었던 신용카드, 가입 조건 또한 매우 까다로웠지요. 아무나 만들 수도 없었답니다. 그래서 더욱 귀한 대접을 받곤 했었지요.
초창기에도 절제력을 잃은 사람들이 돌려막기를 일삼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적도 있었지만 수십 년을 지나면서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신용카드. 카드마다 사용처도 다양하고 갖가지 할인혜택도 받을 수 있어 사람마다 서너 장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복수의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짝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듯합니다. 카드사들이 돌려막기 등 불량 회원 가려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책으로 인해 사회적인 폐해도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카드소지자들도 절제의 시험대에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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