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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시식코너 직원을 아연실색케 한 황당한 모녀

by 광제 2011.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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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시식코너, 배고플 때 끼니 때우는 곳인가

대형마트에 가면 유독 눈길이 가고 많은 사람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 있지요. 바로 시식코너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시식코너'라고 하면,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한번 맛을 본 뒤 스스로 평가를 해보고 구매여부를 판단하라는 의미에서 운영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속내를 곰곰이 살펴보면 구수한 냄새를 풍겨 구매욕을 자극하는 판매 전략의 하나라는 것을 쉽게 눈치 챌 수 있습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했던가요. 애초부터 상품을 구내할 생각은 없고 시식코너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사람들도 있더라는 것입니다. 한술 더 떠서 시식코너에서 끼니까지 해결하려고 한다면 할 말 다 한 거지요. 이정도 되면 마트측의 판매 전략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게 됩니다.

바로 엊그제의 일입니다.
카트를 끌고 아내와 함께 쇼핑을 하던 중, 불고기 시식코너가 눈에 띠었습니다. 굽는 냄새가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건 당연합니다. 아내의 발길이 천천히 그쪽으로 향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맛을 보고 가자는 심산인 게 틀림없습니다. 먹기만 하고 사지 않으면 늘 눈치가 보였던 시식코너.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내 따라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이해를 돕기위한 이미지로 내용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데 불판위에서는 고기가 구워지고 있었지만 익은 고기는 없더군요. 잠깐 기다리는 사이였지요. 시식코너 직원이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앞에 서있는 한 어린아이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앞에는 손에 이쑤시개를 든 어린아이가 고기가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 갓 초등학교 1학년 아니면 유치원생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여자아이였습니다.

"또 먹을 거니?"

퉁명스럽게 아이를 쏘아붙이는 시식코너직원. 말 한마디만 들어도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예상할 수가 있습니다. 가만 보니, 이 코너에서 익어가는 고기는 이 어린아이가 독차지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직원이 질문이 이어집니다.

"너 지금 얼마나 먹고 있는지 아니? 엄마는 어디 있니?"

"어디가지 말고 여기서 마음껏 먹고 있으라 했어요..이거 먹으려고 밥도 안 먹고 왔는데.."

".....;;"

어린아이의 맹랑한 대답을 듣는 순간, 직원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짓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저도 너무나 황당하여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대체 얼마나 먹고 있는 건가요?"

"10분도 넘게 이러고 있네요. 저 아이 때문에 다른 분들은 시식도 못하고 있잖아요. 이제 그만 구워야겠어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듣고 있자니,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가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봐서는 이 아이의 엄마로 보입니다. 아마도 근처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더군요. 아직은 성에 덜 찬 듯,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엄마의 부름에 돌아서는 아이.

"많이 먹었어?"

"아니....고기가 빨리 안 익어...."

"그래? 그럼 저쪽으로 가보자...."

다른 시식코너를 향해 걸어가며 모녀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보니, 마트직원이 아닌 저도 아연실색할 정도입니다. 모녀의 발길이 멈춘 곳은 다름 아닌 또 다른 시식코너였습니다. 오늘 아주 뿌리를 뽑으려고 작정을 하고 왔나봅니다.

한 개를 집어먹고도 구입을 하지 않으면 미안해하는 사람들이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애들까지 동원하여 먹어치우는 양심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애초부터 물건을 구매하려는 목적이 아닌 시식코너의 음식 때문에 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눈앞에서 직접 보게 되었으니 과연 떠도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봅니다.


이 광경을 보니, 몇 주 전, KBS2 TV 개그콘서트의 애정남 코너가 생각납니다. 마트의 시식코너에선 몇 개까지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명쾌한 기준을 제시한 적이 있었는데요, 방송에서 최효종은 "3개까진 눈치 안보고 먹어도 되는데, 4개부터는 먹으면 사야 된다."는 얘기를 했었지요. "4개 이상 먹으면 시식이 아니라 식사가 된다."는 것이 이유에서였습니다.

시식코너에서 제공되는 음식이 아무리 공짜라고는 하지만, 맛을 보는 선에서 끝나야지, 끼니를 해결하려고 의도적으로 달려드는 것은 몇 번을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네요. 또한 아직 세상물정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게 정석인 냥 비춰질까봐 더욱 염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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