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산악회의 꼴불견 행태, 무당굿 벌어진 듯
바야흐로 가을, 산을 자주 찾는 계절입니다. 억새물결은 이미 시작되었고 북쪽 설악산에서부터 서서히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서 볼거리가 한층 많아진 우리나라의 산.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적당한 기온. 일 년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 계절이 바로 지금 가을입니다.
주5일제가 완전히 정착되었고 웰빙과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소식이 여러 매체를 통해 들려옵니다.
정확한 통계는 찾아볼 수 없지만, 우리나라 국민 중 월 1회 이상 산에 오르는 등산인구가 1500만 명에 이르러 세계에서는 등산인구가 가장 많고, 서울의 북한산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등산객이 몰리는 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 될 정도로 등산 열기는 대단합니다.
등산열기만큼이나 폐해도 적지는 않습니다.
이틀 전 합천에 있는 모산재를 올랐다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 눈에 띄어 소개하려고합니다. 모산재는 황매산 군립공원 안에 있는 바위산으로 기암절벽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모산재 정상
수려한 경치 못지않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다름 아닌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오색의 천 조각들입니다.
등산을 한번이라도 해보신 분들이라면 본적이 있을 겁니다. 산악회이름을 써 넣어 가지가지 마다 매달아 놓은 리본. 원래의 목적은 등산로가 잘 드러나지 않은 험준한 산에서 군데군데 달아놓아 길을 잃지 말라는 뜻으로 달아놓는 것으로 리본이라기보다는 표식이라 해야 정확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웬만한 산에서는 길을 잃는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각지자체와 국립공원에서 등산로 곳곳에 위치와 방향표시 이정표 등을 알기 쉽게 설치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리본표식이 필요 없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어찌된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리본표식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원래의 기능은 완전 상실한 리본표식. 이제는 산악회의 홍보로만 쓰여 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초입에서 한두 개씩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한 리본은 모산재 정상 부근에 이르렀을 때에는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의 많은 리본들이 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이 눈에 띠더군요.
문제는 리본들이 죄다 사람들의 눈에 아주 잘 띠는 곳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무겁지 않은 가벼운 재질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그 수가 상상을 초월하다보니 아름드리 소나무가지가 축 늘어질 정도입니다.
오색의 화려한 리본들이 바람에 흔들려 마치 이곳에서 무당굿 한판이 신명나게 벌어진 듯합니다. 아니, 무당이 굿을 했더라도 이보다 심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대부분은 산악회 이름을 써넣은 홍보용 리본들이지만 일부는 개인의 이름을 써넣어 광고를 하는 리본, 심지어는 음식점을 안내하는 리본도 보이더군요.
음식점 광고 리본
꼴불견 행태들에 분을 못이긴 누군가가 리본이 매달린 나뭇가지를 한꺼번에 꺾어 등산로변이 던져놓은 광경도 보입니다.
모 산악회에서는 아예 가로세로 약 1미터 정도의 커다란 현수막을 걸어놓았습니다. 양쪽에 있는 소나무 기둥에 나일론 끈으로 매달아 놓은 현수막.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고, 자연을 훼손하면 갈 곳이 없다."고 적어놓았네요. 제가 보기엔 하늘과 자연에 둘 다 죄를 지은 것 같은데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
누구보다도 자연보호에 앞장서야하는 관공서나 기관에 소속된 산악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안전을 위해 설치해 놓은 철책에 빈틈없이 매달아 놓은 총천연색의 리본들. 리본 원래의 목적인 길 도우미. 과연 이게 길 도우미 역할을 한다고 보십니까.
나뭇가지에 매달아놓아 자연을 훼손하고, 시야가 잘 들어오는 곳에 매달아 미관과 경관을 방해하고, 썩지 않는 재질로 만들어져 환경을 헤치는 백해무익 리본들을 달아놓은 산악회들. 이렇게 해놓고는 자연보호에 일조를 했다고 떠들고 다니겠지요.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산이 좋아서 산을 오르는 것을 나무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그러더군요. 진정 산을 아낀다면 등산화를 벗고 오르라고요. 이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마니아들 스스로가 산을 망가뜨려서야 되겠습니까.
포털에 검색을 해보니, 인터넷에 개설된 카페의 수만도 4~5만에 이르더군요. 이들 카페가 모두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는 수백에서 수천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대규모 산악회들이더군요. 스스로가 자연보호를 위해 리본달기를 억제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다수의 산악회는 아직도 배낭 속에 홍보용 리본을 넣고 다니는 것으로 압니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많은 활동을 하는 동호회들이다 보니, 행여 이글을 보고 심기가 불편할 수도 있고 욕을 하는 마니아들도 있겠지만 할 말은 해야 하겠네요. 홍보를 극대화 하여 많은 수의 회원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더욱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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