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의 반찬코너 아주머니께 물었습니다.
아내가 또 마트에 가잡니다.
안 간다고 하면 며칠 동안 고생을 각오해야합니다. 반찬이 틀려집니다.
하는 수 없이 또 따라 나섰습니다.
수레를 끄는 것은 저의 담당입니다. 졸졸 따라 다녀야 합니다.
아내가 무엇을 사는지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습니다.
사람 구경하는 게 더 재밌습니다.
그런데....
단 한곳 시선이 머무르는 곳이 있습니다.
젓갈류만 모아놓고 쇼케이스에 진열하여 파는 곳입니다.
젓갈이라면 환장을 하는 저입니다. 특히 창란젓을 무쟈게 좋아합니다^^
생각해보니 며칠째 밥상위에 창란젓이 올라오질 않습니다. 사야할 때가 된 겁니다.
"창란젓 좀 사지??"
"어?? 어~~그러든지..."
저쪽에서 뭔가 열심히 하고 계시는 반찬코너 아주머니를 큰소리로 부릅니다.
"아주머니~~!창란젓 만원어치만 주세요...."
쏜살같이 달려와 비닐봉지를 뒤집어 능숙한 손놀림으로 창란젓을 담아냅니다.
머뭇거림도 없이, 단 한 번의 손놀림으로 담아낸 창란젓을 저울위에 올려놓습니다.
"10,350원 나왔습니다." (찌지지직~~!)
가차 없이 요금표를 갖다 붙입니다.
"저기요, 아주머니, 저 만원어치 달라고 하였는데요??"
씨이익~~~! 의미심장한 미소 한방 날린 아주머니...
"오케이~~! 만원~!"
이미 붙였던 요금표를 화끈하게 떼어내고 만 원짜리 요금표를 다시 찍어 붙입니다.
이쯤에서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아주머니...반찬장사 오래하셨지요?"
(웃으시면서)"그렇지요..아주 오래했지요...ㅎㅎ"
"솔직히 말해보세요..달라고 하는 것 보다 적게 담아본 적 있어요?"
이미 아주머니와 나 사이에는 무얼 알고 싶은지, 질문과 대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
"가끔 컨디션 안 좋을 때 그런 적 있지만, 신경 쓰면 백발백중 무조건 넘겨요...ㅎㅎ"
말을 이어갑니다.
"손님들이 원하는 것보다 적은 요금이 나오면 더 달라는 경우는 없지요. 반대로 넘겼다고 해서 덜어내라는 사람도 없어요....그렇다면 뻔한 거 아닌가요?ㅎㅎ"
자칫 돈이 오가는 이야기라 신경전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지만,
아주머니의 솔직 담백함으로 유쾌하게 나눌 수 있었던 대화였답니다.
대형마트 반찬코너의 아주머니.
그렇습니다. 하루에도 수 십 번, 아니 수 백 번, 담아내는 그 손놀림 하나에도 아주머니들만의 기막힌 상술과 노하우가 담겨 있는 것, 우리가 쉽게 놓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잠깐 생각해보면 누구나 공감하는 마트 아주머니들만의 판매기술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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