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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고아원 아이에게 만들어준 수제필통의 사연

by 광제 2011.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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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조각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아내, 저녁 끼니때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이제 거의 다 만들었으니 배가 고파도 조금만 참고 있으라고 합니다. 얼마 전부터 시간을 쪼개어 만들어 오던 것이 이제 마무리만 남은 것이었습니다. 대체 무얼 만드는 걸까, 궁금해서 물어보았습니다.

"필통인데, 00이 줄려고 만들었어..이제 다 됐네..."

"00라니 그게 누군데?"

"있잖아..얼마 전 고아원 말야...."

고아원이라는 말에 한 달 전쯤 일이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우리집에는 처남부부가 맞벌이를 하여 자식처럼 키우는 조카애가 하나있답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아내가 바로 고모입니다. 지난해 이맘때쯤 아내는 조카의 입학선물로 조그마한 필통을 하나 준비를 했었지요. 비록 버려진 천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필통이었지만 고모의 정성이 가득 들어간 필통이었습니다.

약 한달 전, 잘 사용하던 필통을 그만 학교의 교실에서 잃어버린 것입니다. 집에 돌아온 조카 녀석의 표정이 볼만했지요. 우선은 고모에서 꾸중을 들을 생각에 지레 겁을 먹었던 모양입니다. 아내 또한 직접 정성스럽게 만든 수제 필통이라 더욱 마음이 아팠던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조카 녀석이 짚이는 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누가 갖고 간 건지 알 것도 같애"

"누군데??"

"00가 필통을 진짜 갖고 싶어 했거든....."

평소에 같은 반에 있는 친구하나가 유독 필통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사라져 버린 필통, 어린마음에 행여나 그 친구가 갖고 간 것이 아닐까 의심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지레짐작은 금물이며, 아닐 것이라고 조카를 달래고는 선생님께 조용히 알렸던 것이지요.


선생님은 반 아이들을 모아놓고, '00가 너무나도 소중한 필통을 잃어버렸으니 혹시 주운어린이가 있으면 몰래 00에게 돌려주기 바란다.'라고 일러두었다고 합니다.

바로 그다음 날이었지요. 조카의 책가방에는 잃어버렸던 필통과 함께 조그마한 쪽지가 하나 들어 있었지요. '책상 밑에 떨어져 있던 필통을 주웠는데, 너무 써 보고 싶어서 가방에 넣고 갔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비슷하게 생긴 두개의 필통

전후 사정을 알아낸 아내가 그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만들기 시작한 것이 있는데, 바로 조카 녀석이 들고 다니는 것과 비슷하게 생긴 필통이었던 것입니다. 필통을 갖고 갔던 그 녀석에게 선물하려는 것이었지요. 녀석은 다름 아닌 고아원아이입니다.

큰애를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때만 하더라도 아내는 고아원 아이들에 대해 상당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지요. 자라온 환경 탓에 보통 애들과는 다른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지요. 하필이면 우리 구역 안에 고아원이 있는 걸까 라고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랬던 아내의 선입견이 언제부터인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애들의 반 친구 중, 고아원에 다니는 애들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부터였지요. 반듯한 생각과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한 뼘 정도는 커 보이는 어른스러움. 치마폭에 감싸고 키워왔던 애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면을 보았던 것이지요.

어린마음에 얼마나 갖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고아원에서 자라서 그런지 잔정이 그리웠을 녀석, 그래도 돌려주는 마음이 참 곱다고 생각한 아내가 녀석에게 애정을 나눠주려고 했던 것입니다. 비록 엄마가 만들어준 것 보다는 못하겠지만 나름 정성을 다해 만든 것이니 용기를 잃지 말라고......
<이해력을 좀더 쉽게 갖고 가려고 고아원이란 단어를 택했습니다>

추천도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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