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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드라이기 2백원을 받아야 하는 목욕탕 속사정

by 광제 2013.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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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대중목욕탕엘 가본지도 1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전에는 목욕탕에 가려면 최소한 눈곱은 띠고 머리도 단정하게 묶고 가더니만
이제는 헝클어진 머리에 잠이 덜깬 사람처럼 하고는 집을 나섭니다. 아줌마 다됐단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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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이틀 앞두고 있는 지난 일요일이었지요.
정말 오랜만에 온가족이 묵은해의 때를 밀러 동내에서 유명하다는 목욕탕을 찾았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들 비슷한가 봅니다. 새해를 앞두고 있는 휴일이라 어찌나 사람들이 많던지요.
맛집 앞에서 줄서서 기다려본 적은 있지만 목욕탕 앞에서 줄서서 기다려 본적은 난생 처음입니다.
평소에 때 좀 밀고 살지 꼭 이런 날 어수선을 떨어야 하나.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계산대 앞에서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아내가 갑자기 동전 몇 푼을 꺼내어 나에게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지갑을 안 들고 나온 터라 처음에는 목욕하고 나온 뒤 아들래미랑 시원하게 음료수라도 사먹으라고 주는 줄 알았습니다.
가만 보니, 음료수 값치고는 너무 적은 것이었습니다.

"웬 돈이야?"

"드라이기 쓰려면 동전 필요하지 않아?"

"뭔 얘기니? 드라이기야 그냥 쓰면 되지..."

"이상하네.. 남탕은 드라이기 쓰는 거 공짜야?"

"그럼, 여탕은 돈을 받는단 얘기?"

<증명해 보이겠다며 아내가 찍어서 나중에 보여줬다.>

아내가 이럴 수는 없는 것이라면 펄쩍 뛰는 것이었습니다.
남탕이나 여탕이나 똑 같이 5천원의 요금을 내고 들어가는 목욕탕,
어디는 무료로 드라이기를 쓸 수 있고, 어디는 따로 요금을 지불해야 쓸 수 있다는 말인가.
남녀차별이라며 항변을 하던 아내가 남편의 한마디에 주장이 쏙 들어갔습니다.


"왜 그러셔, 여탕엔 수건도 없다면서....
드라이기 맘대로 쓰게 놔두면 아마 전기료 엄청 날거다."

그렇습니다.
예전에도 블로그를 통해 비슷한 내용을 적었던 적이 있었는데,
여자들은 목욕탕에 갈 때는 항상 바구니를 들고 가야합니다.
그곳에는 갖은 세면도구와 수건들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남자들이 목욕탕 갈 때 빈손으로 가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지요.


<바라바리도 싸들고 왔다.>

여자들은 신체적으로 예민한 부분들이 있어
세면도구들을 남들과 공용으로 같이 사용하게 되면 병균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라든가,
긴머리에는 본인에게 맞는 샴푸와 린스를 써줘야 한다라든가,
자잘한 지출을 줄이려는 알뜰함 때문이라는 것은 듣기 좋으라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 두 명에 애들 두 명의 요금을 지불하고 나니,
카운터에서 수건 두 장을 따로 건네주더군요. 남자들끼리만 왔을 때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이유인즉.....
남탕에 가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수건조차도 여자들인 경우는 이렇게 따로 지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개인위생과는 관계가 없다 라는 것입니다.

여성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은근 차별을 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겠지만,
목욕탕 업주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조금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무료로 세제와 수건을 지급하고 드라이기 조차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했을 때 과연 어떠한 광경이 벌어질지는
여성분들이 더 잘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드라이기를 제공하면서 부득이 200원을 받아야 하는 목욕탕의 속사정,
경험해 본적이 없어서 잘 몰랐던 세상 속 요지경은 아닌지요.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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