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어지는 졸업식의 싫증나는 풍경
전국적으로 많은 학교가 졸업식을 치르고 있는 졸업시즌입니다. 한 무리의 학생들이 바닷가의 방파제 위에서 엄청난(?) 의식을 치르고 있는 현장이 목격되었습니다. 바로 밀가루 의식인데요, 졸업시즌만 되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늘상 교문앞에서 벌어지는 밀가루 의식과 비교하여 오늘 목격한 광경은 좀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뜩이나 추운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졸업생 모두가 바다로 뛰어 들어 바닷물에 몸을 적신후 계란 세례에 이어 밀가루까지 뒤집어 씁니다. 그 모습이 학창시절의 추억이려니 하고 치부해 버리기엔 어딘가 모르게 다소 충격적입니다.
온몸이 적셔진 이후에 뒤집어쓴 밀가루 세례에 교복은 찢겨질데로 찢겨지고, 겨울바닷가의 차가운 바람을 등지고 바들바들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의 졸업생들입니다. 어서 의식(?)이 끝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표정들인데요, 이들은 다름 아닌 중학교 졸업생들입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보기 민망한 졸업식 의식(?)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봐야 하나요.
아주 오래전 부터 이러한 풍경이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요즘처럼 낮뜨거운 풍경이 연출되지는 않았었습니다. 필자의 학창시절에도 간혹 볼 수 있었던 풍경이지만 직접 경험해 본적은 없습니다. 그럼 이들은 왜 밀가루를 뒤집어 쓰는걸까요? 오래전 부터 내려온 풍습인 밀가루의식, 이 의식이 시작된 것은 바로 교복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교복은 검은색이 전통이었습니다. 학창시절 규범의 상징이었던 검은색 교복, 학교의 규율에 억눌려 얽메어 지냈던 3년동안의 규범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행동을 이렇게 반대의 색인 밀가루로 표현해 내는 것입니다. 이제는 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 어엿한 어른이 되었다는 선포식으로도 볼 수 있는데요, 오늘 본 모습의 주인공들은 성인으로 들어서는 고등학생이 아닌 중학생이니 위에서 말한 좋은 뜻으로 받아드리기도 모호한 부분입니다.
빨리 사진을 찍으라고 아우성입니다. 훗날,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간직하려는 모양입니다. 글쎄요 그다지 멋진 추억으로 보이지는 않는데요..
이제는 필요가 없어진 듯 3년동안 동고동락을 같이 했던 정든 교복은 찢겨진 채 방파제 아래로 던져져 있습니다. 엄청난 경제 한파에 새로 상급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과 학부모들은 교복 비용 마련에도 부담을 느낀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새로운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아니면 학교측이 행사를 통해서라도 신입생과 후배들을 위하여 교복물려주기를 추진하는 것은 어떠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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