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원짜리 동전의 다보탑에 있는 물체에 대한 사연
-사자상에 얽힌 에피소드-
이제는 호주머니 속에서도 그리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십원짜리 동전 만지작 거리다가 꺼내 보았습니다. 70년대에만 해도 십원짜리 하나면 과자를 한봉지 손에 넣을 수 있는 쓰임새가 알찬 놈이었는데요, 이제는 발에 차이며 온갖 서러움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필자의 포스트에도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십원짜리를 소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설움덩어리 십원짜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십원짜리 문양으로 사용하고 있는 다보탑에 웬 물체가 하나 보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불상처럼 보이는데요, 이 물체는 무엇일까요?
이제는 크기가 확 줄어버린 십원짜리 동전입니다. 눈이 나쁜 사람은 볼 수도 없을 정도의 자그마한 물체가 다보탑의 계단위에 앉아 있습니다. 노란색 원안에 보이는 물체인데요, 알고보니 저 물체의 정체는 사자상이었습니다.
가까이 당겨서 보니 사자상의 형체가 뚜렸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이 사자상에는 많은 사연과 에피소드가 숨어 있다고 합니다. 이 다보탑은 경주 불국사에 있는 국보 제20호이기도 한데요, 원래는 보이는것 처럼 한쪽에만 사자상이 있는게 아니고, 네개의 기둥사이에 한개씩 총 네개의 사자상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한개만 놔두고 세개를 가져갔다고 합니다. 다시 찾아 올 수만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다고 하네요.
그럼 이 사자상은 처음부터 십원짜리 동전에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1983년 이전의 십원짜리 동전에는 이 사자상이 없었습니다. 1983년 1월 15일 대대적인 형태 변경이 이뤄졌는데요, 시각적인 다양화와 장애인들을 위한 기능, 위조방지를 위한 특수기술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여 발행이 되었습니다.
위 그림은 1983년 이전의 십원짜리입니다. 지금의 입체적인 도안과 비교되는 평면도안입니다. 물론 다보탑 계단위에 있어야 할 사자상도 보이질 않습니다. 이 동전은 1966년 8월 16일에 처음 발행되었는데요, 당시에는 왜 사자상을 도안에 넣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보탑에 비해서 너무 작은 사자상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는지, 아니면 도안설계자가 다보탑의 한쪽면 만을 보고 설계를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아니겠지만 세간에 입소문으로 돌아다니던 십원짜리 사자상에 얽힌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제 13대 대통령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전 점술가를 찾아가, 어떻게 하면 대통령이 될 수 있는가를 물었는데, 해답이 전국민의 가정에 불상을 심어 놓으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답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하여 어떻게 하면 전 가정에 불상을 심어 놓을까를 궁리하게 되는데, 엄연히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불상을 심는다는 것은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일이고 하여 궁리를 한끝에 화폐발행을 통하여 십원짜리에 불상을 넣었다는 소문이 퍼져 나가기도 하였습니다. 소문이 사실인지 아니면 그냥 진짜 소문으로만 머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에는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다보탑에 새겨 넣은 불상은 사자상이었으며 사자상 화폐를 발행했던 1983년 당시에 노태우는 내무부장관 시절이었습니다.
2006년 1월2일 처음 발행된 1.22그램의 아주 작은 십원짜리 동전입니다. 기존의 동전(1983년 발행)4.06그램짜리 보다 네배가까이 무게가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다보탑의 계단위에 있는 사자상의 크기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경주 불국사에 있는 다보탑의 실제 모습입니다. 네 곳의 계단위에 전부 사자상이 있는 것이 아니고, 한쪽계단위에만 사자상이 있습니다. 사자는 불교의 유입과 함께 호법 신장, 성전의 수호신으로 등장합니다. 전형적인 형태로는 세 갈래의 꼬리와 튼튼한 몸집으로 앞발을 세우고 있는데요, 이들 사자상은 사찰 정문이나 건물 현관, 때로는 무덤 주위에서 수호신 역할을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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