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파트가 안내문을 붙이면서까지 태극기 게양에 신경 쓰는 이유
제64주년 광복절이 내일입니다. 1910년 8월29일,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후 비참했던 36년간의 식민지를 마감하는 날인 1945년의 8월15일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날인 1948년의 8월15일, 이렇듯 내일은 뜻 깊은 날로서 경축일이며 태극기를 달아야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기성세대들은 태극기 게양에 관한 어린시절의 추억들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하는데, 필자도 어린시절의 태극기에 관한 얽힌 이야기들이 참 많습니다. 어린시절이라 단순한 나라사랑에서의 의미에서 인지는 모르지만 태극기에 대한 애정이 너무나 지긋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군사정권에 의한 영향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지기도 합니다.
하물며 각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정에 태극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또한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태극기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였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태극기를 내려서 소중히 보관해야 하고, 비를 절대로 맞히면 안 되고, 보관할 때는 필히 보관함에 정해진 순서에 의해 포개어서 보관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퇴근을 하다가 승강기에 올랐는데, 승강기 내부에 있는 벽보판에 ‘태극기를 게양하자’는 내용의 문구가 눈에 띱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붙여 놓은 것입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에 쓴 웃음이 지어지는데, 이렇게 까지 태극기 게양에 대해 홍보하듯 해야 할 정도로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강제적으로 태극기 게양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무심코 지나칠 지도 모를 주민들에게 게양을 당부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번 광복절은 토요일입니다. 그리고 피서철인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태극기 게양에 대해 무심할 것이 뻔합니다. 그렇잖아도 예전에 비해 태극기 게양하는 가정이 줄어들고 있는데, 피서철에 주말까지 겹쳤으니 이번 광복절에 가정에서 태극기 휘날리는 모습을 보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두 번 다시는 태극기를 게양하다가 어처구니없이 어린생명을 앗아가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경각심도 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사라져 가는 국경일의 태극기 게양에 대하여 안내문을 붙이면서 까지 유도해야 한다는 것은 조금은 씁쓸하기도 합니다. 태극기에는 정치적인 이념이 아니고 애국적인 이념이 깃들어 있어야 하기에 홍보의 손길을 빌리는 것보다 우리 스스로가 마음속 깊이 되짚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부디 이번 광복절에는 어른들 스스로가 태극기를 게양하는 모습, 그리고 주말 피서는 태극기를 게양하고 나서 떠나는 것은 어떠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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