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내린 신들의 정원, 한라산 영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바로 어제 한라산의 영실을 다녀왔습니다. 며칠 전 3일에 걸쳐 폭설이 내린 한라산은 당시 대설경보가 발효되기도 하여 입산이 전면 금지되기도 하였습니다. 폭설이 내리면 한라산으로 접근하는 모든 도로가 차단되기 때문에 사실상 입산자체가 힘들어집니다.
이번 폭설에 가장 눈이 많이 내린 진달래 밭에는 무려 1미터가 넘게 눈이 왔으며 오늘 소개해 드릴 윗세오름에는 1미터의 적설량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많은 적설량을 보일 때 특히 아름다운 설경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영실코스로 접근하는 선작지왓입니다. 대평원의 눈부신 설경을 보노라면 마치 이국적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영실에는 병풍바위와 오백장군 등 기암절벽에 어린 환상적인 눈꽃과 구상나무숲에 활짝 피어난 눈꽃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은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해 내기도합니다. 이 구상나무에 내려앉은 솜사탕 같은 눈꽃은 얼핏 보면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반짝이는 트리를 보는 듯하기도 한데, 그 아름다움은 이른 아침의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이 반사될 때에는 그 눈부신 자태에 경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사람발자국보다 먼저 눈에 띤 산짐승 발자국한라산의 영실로 윗세오름에 다녀오기로 하고 집을 나선 시간은 오전6시경, 한라산의 1100도로는 제설작업으로 인하여 대부분 결빙지역은 없었지만 영실주차장에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 중 2.5km를 남겨놓은 매표소에서부터는 도로결빙으로 인하여 차량접근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는 수 없이 차량을 세워두고 2.5km를 마저 걷기로 하였습니다. 덕분에 오늘 영실코스는 6.2km로 거리가 늘었습니다. 7시부터 걷기 시작한 산행, 날씨가 조금은 불안합니다. 악천후를 만나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환상설경을 담으려고 일기예보를 감안하여 나선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종잡을 수 없는 한라산 날씨를 예보에 의존하는 것은 조금은 미련한 짓일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날씨가 좋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오른 산행이었습니다.
엄청난 눈이 내렸지만 전날아침부터 등산이 허용되었기 때문에 이미 러쎌은 이뤄진 상태, 다행히 간밤에는 많은 눈이 내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등반로에는 전날 등반객들의 발자국이 간밤에 내린 눈으로 살짝 덮혀 있고, 산짐승의 발자국만이 겨울산에서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바램대로 태양이 솟아오르면서 영실계곡을 덮고 있었던 운무는 깨끗이 걷히고 기암절벽과 구상나무숲에는 멋진 눈꽃이 파란하늘을 배경삼아 눈부시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작지왓의 평원,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은 백록담의 화구벽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에게는 눈부신 장관의 한라산설경은 아마도 2009년에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다시 접할 것 같은 신들의 정원 한라산, 올해 크리스마스는 화이트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하는데, 멋진 성탄연휴에 어울리는 한라산의 환상설경을 사진으로 소개합니다.
운무가 걷히는 영실계곡
간밤에 눈과 바람이 만들어 낸 작품, 상고대
영실계곡에 하얗게 내려앉은 눈꽃
구상나무 눈꽃
모습을 드러내는 화구벽
선작지왓
나무와 눈이 만들어낸 걸작, 얼음궁전
궁전안에서 바라본 윗세산장
솜털같은 눈이 내려앉은 구상나무트리
계절의 허무를 말해주는 말라 비틀어진 단풍나무잎
영실계곡의 능선을 오르는 등반객들
유리알 같이 투명한 빙화
영실통제소에 폭설이 내린 모습.
자동차가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있는 모습이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 실감하게 합니다.
한라산 눈꽃과 함께 추억의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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