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안에 있었던 5천 원짜리의 향방은
아내가 차를 쓸 일이 있어서 이틀 동안 택시를 이용해서 출퇴근을 했네요. 아주 오랜만에 시내버스를 타볼까도 했지만, 버스정류장에서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에 회사가 있어 아무래도 눈 딱 감고 택시를 타는 편이 낫겠다 싶더라구요.
그 이틀 중에 첫날, 퇴근시간은 밤 10시, 콜택시를 불러 잡아타고 불과 10분도 채 안되어 도착한 아파트 주차장, 요금을 보니 4천원이 나왔습니다. 택시의 뒷자리에 앉아 있던 저는 지갑을 꺼내어 천 원짜리 4장을 기분 좋게 지불하고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죠.
어어? 그런데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불길한 예감, "내가 방금 얼마를 준거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타고 온 택시는 완전히 사정권을 벗어나 지붕위의 노란 경광등마저도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었습니다.
뭐야..이 기분은, 한참 양치질을 하고 있을 때 수돗물이 끊겨 입안을 제대로 헹구지 못했을 때의 그 기분하고 아주 비스무리 합니다. 얼른 지갑을 꺼내어 조금 전 빠져나간 금액이 얼마인지 필름을 되돌려 봅니다.
허나, 그게 도통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지갑에 지폐를 넣을 수 있을 공간은 두 곳, 바깥쪽은 만 원짜리 이상의 고액권을 넣고, 안쪽은 5천 원짜리와 천 원짜리를 넣어둡니다. 천 원짜리 지폐가 얼마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꺼내보니, 6천원. 분명히 5천원 권 지폐가 한 장 있었는데, 그녀석이 보이질 않는 것입니다.
대체 얼마를 지불한 것일까. 택시의 뒷자리가 조금은 어두컴컴했고, 원시용 안경을 쓰고 있어서 가까운 곳의 사물은 언제나 가물가물 거립니다. 천 원짜리 4장을 꺼낸다는 것이 5천원 권 포함하여 8천원을 지불한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누굴 탓할 일도 아닌 것 같네요. 찝찝하고 개운치 않은 이 기분, 아주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것 같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갑 안에 얼마가 있었는지 조차 확신이 서질 않네요. 이것도 혹시 건망증에 해당이 되는 건가요? 요즘 들어 부쩍 이럽니다. 누구, 같은 증상 겪어 보신 분, 조언 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이 따라야 할 경품추첨, 처음 당첨되고 보니 (100) | 2010.10.25 |
---|---|
모기 한 마리와 벌인 추격전 (29) | 2010.10.24 |
명절때면 듣는 부모님의 거짓말, 속지 말아야 (41) | 2010.09.21 |
라면 먹고 학교 가랬더니, 빵 터진 딸의 반응 (55) | 2010.09.19 |
섹시한 포즈를 좋아하는 아빠, 못말려 (37) | 2010.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