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내려앉은 한라산과 백록담 풍경
아침 첫차를 타고 성판악(한라산 등반로 입구)으로 가야지 했는데, 어쩌다 보니 조금 늦어버렸습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5.16도로를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성판악에 내린 것이 아침 7시20분경, 바로 지난 화요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한라산의 분화구인 백록담을 제대로 보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이는 곳이 한라산이기 때문입니다. 무료 슬롯 사이트에 살고 있는 제가 지난 화요일을 택한 이유가 바로 날씨 때문입니다. 일단은 일기예보에 따르면 가을 분위기를 느끼기엔 아무런 지장이 없는 화창한 날씨를 보일 것 같은 확신이 섰기 때문입니다.
아주 날씨가 찹니다. 섭씨 10도를 밑돌 것 같은 싸늘한 아침 날씨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더운 여름이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자켓을 꺼내어 걸쳐 입고 장갑도 껴야했습니다. 한라산만 놓고 본다면 부지런 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일찍부터 많은 등산객들이 백록담을 향해 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풍경을 보기위해 한라산에 오릅니다.
몇 해 전과 비교하여 부쩍 늘어난 등산인구들, 주말이면 엄청난 주차난을 겪어야 할 정도로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사람에 치이기 않기 위해서는 주말은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더욱이 한라산의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코스는 달랑 두개의 코스뿐, 그중에 거의 대부분은 비교적 오르기 수월한 성판악 코스를 택하기 때문에 코스가 시작되는 성판악 관리소 주차장은 차량이 넘쳐 5.16 도로변까지 주차를 해야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성판악을 통해 오르는 코스는 해발 1500m에 있는 진달래밭 대피소까지는 비교적 완만하여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이후부터는 오르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염두에 두고 등반을 해야 합니다. 기후의 변화도 진달래밭부터는 급격한 변화가 감지됩니다. 악조건일 때는 한여름에도 심한 추위를 느끼기도 할 정도이니 가을이면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방한장비를 필히 챙겨야 기후변화가 심한 백록담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가 있습니다.
뭉게구름으로 덥혀있던 하늘이 어느새 활짝 걷혔습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 파란 가을하늘, 3시간 넘게 오르는 동안 이 같은 날씨는 계속됩니다. 등반로에는 이미 가을의 상징인 낙엽이 수북이 쌓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간혹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환상적인 가을 날씨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화창한 가을 날씨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하루였습니다. 그 이유는 잠시 후 사진을 보면서 설명 드리기로 하고, 가을의 한복판에 성큼 들어선 한라산으로 같이 올라보도록 하겠습니다.
성판악 등반로
아직은 신록이 채 가시지 않은 싱그런 모습니다. 이제 곧 이 모습도 아주 빠르게 자취를 감추기 시작할겁니다.
한라산 노루
한라산의 노루도 이제는 사람들과 많이 친숙해진 느낌입니다. 얼마전만 하더라도 인기척에 놀라 도망가기에 정신이 없던 녀석들인데 이제는 아주 가까이에서 셔터를 눌러대도 빤히 쳐다보기만 합니다.
아직은 제 빛깔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단풍잎, 가을의 한복판에 있음을 말해주는 풍경입니다.
속밭, 삼나무숲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점차 완연한 가을을 느낄수 있는 풍경들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시원하게 한라산 약수도 한잔 하시고~
어느덧 해발 1,500미터에 위치한 진달래밭 대피소, 성판악코스 중간에 있는 유일한 매점입니다.
대피시설이기도 하지만, 한라산의 명물인 사발면과 커피, 음료수, 초콜렛 등을 구입할 수가 있습니다.
많은 등반객들이 진달래밭 대피소앞 데크에서 사발면을 먹고있는 모습입니다.
그냥가면 섭섭한 한라산표 사발면, 한사발 잡숴주시고~
500원하는 믹스커피도 한잔해 주시고~
발길은 다시 백록담을 향해 갑니다. 날씨는 여전히 쾌청~! 눈이 부십니다.
기이한 나무
백록담을 500여미터 남겨놓은 지점, 신기한 구름의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하늘을 향해 화산이 분출하는 듯 합니다.
역시 같은 지점에서 바라본 서귀포 방향, 서귀포 앞바다의 섶섬, 문섬, 범섬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백록담에 모여있는 등반객들, 평일인데도 많은 인파입니다.
백록담입니다. 완연한 가을을 느낄수 있는 높은 하늘과 구름, 역시 이맛에 한라산을 오릅니다.
바람도 아주 찹니다. 세찬바람이 온몸으로 엄습을 합니다. 서둘러 벗어두었던 자켓을 꺼내 입어야 합니다. 그래도 춥습니다. 손이 시려워 장갑을 끼고 있어야 했습니다.
이쯤에서 아내가 준비해준 거봉을 꺼내 먹어봅니다. 갈증나는 에는 최고더군요.
불과 5분이 지났을까.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뒤를 볼아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어디서 나타난 구름일까요. 새까만 먹구름이 백록담을 완전히 뒤덮어 버렸습니다. 5분전의 날씨와 비교를 해보시지요. 이게 바로 한라산의 변화무쌍함입니다.
한발 늦게 정상에 도착한 등산객들의 아쉬운 탄성이 쏟아집니다. 아쉬운데로 구름낀 백록담의 모습이라도 담아봅니다.
잠시 후 다시 하늘이 열립니다. 이번에는 더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백록담의 화구안을 하얀 뭉게구름이 훑고 흘러갑니다. 수초, 수분의 시간마다 제각각 팔색조 같은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한라산 백록담입니다.
다시 몰려오는 먹구름, 이게 오늘 본 마지막의 백록담이었습니다. 백록담은 더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하산하는 관음사코스, 운무가 잔뜩 드리워진 용진각 계곡
나무에 철사로 매달아 놓은 푯말, 산을 좋아하고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이 아름답다고 하였습니다. 말과 행동이 다른 대표적이 케이스입니다. 산행하면서 가장 이해 못하는부분.
용진각 구름다리
관음사코스의 일명 개미등 지역 소나무밭,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아침에 오를 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 그리고 다른 날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탐라계곡에 내려앉은 가을
완연한 가을입니다.
발길이 닿은 곳 마다에는 이미 쓸쓸한 계절이 왔음을 알 수 있는 낙엽들이 수북이 쌓이고 있습니다.
조금있으면 울긋불긋 고운 단풍이 붉게 물들고 다시 수북이 하얀 눈이 쌓일 것입니다.
많은 등반객들은 성판악으로 올라 백록담을 거쳐 관음사 코스를 통해서 하산을 시도하는데, 관음사코스에는 성판악 코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대한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을에 용진각 계곡을 붉게 물들인 단풍은 가히 장관입니다. 이렇게 종주를 하고나면 시간도 족히 8시간은 소요됩니다. 숙련자들은 6~7시간에도 가능하지만 그래도 하루를 꼬박 투자를 해야 하는 한라산 최고의 등반코스입니다.
반면, 어리목코스나 영실코스로는 백록담에 오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최고로 오를 수 있는 지점은 해발 1,700m의 윗세오름 까지만 오를 수 있습니다. 정상으로 향하는 곳은 자연훼손으로 차단되어 때문입니다. 훼손정도가 너무 심각하여 아마도 개방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조금 있으면 한라산에 불이 붙은 듯 붉은 물결을 이룰 것입니다. 한라산의 명품 단풍도 소개해 드리도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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