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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한라산

영하의 강추위가 만들어낸 걸작

by 광제 2011.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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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겨울한라산에서 만난 고요

한라산 겨울산행은 블로그를 하기 전부터 열혈 마니아였습니다.

특히 남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을 새벽시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산행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마력 같은 것이 숨어있더군요.

요즘처럼 폭설이 내린 한라산의 새벽은 고요 그자체입니다.

다른 계절에는 이따금씩 귓가에 쩌렁쩌렁 울려대는
노루의 울음소리는 물론이고
나뭇가지가 부딪히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뽀드득, 뽀드득 눈 위를 걷는 발자국소리,
가끔 나뭇가지 위의 눈덩이가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산을 오르는 나의 거친 숨소리가 전부입니다.

<윗세산장에서 만난 모습>

올겨울,
유난히 폭설이 많이 내릴 것이라는 한라산,

간밤에는 또다시 눈 소식이 전해집니다.
 

얼마 전,
성판악코스를 통해 혹한의 백록담을 다녀왔지만
여전히 마음은 한라산에 가 있습니다.
새벽에 알람을 맞추고 난 후 깨어나
마음이 동하면 다녀오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어제 새벽,
아주 이른 시간이라 어둠이 짙게 깔려있습니다.

혹한에 대비하여 단단히 장비를 챙겨들고는
한라산 어리목으로 가기위하여 1100도로를 달렸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얼마가지 못하고 결빙지역이 나타납니다.
타이어에 스노우 체인을 장착하고는 조심스럽게 차를 몰았습니다.
2개의 통제소에선 도로가 완전히 결빙되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어리목광장,

아직 어둠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차량들로 몸살을 앓는 곳이기도 하지만
고요한 새벽기운만이 감돕니다.
멀리 관리사무소에선 희미하게 빛이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사전에 입수한 일기예보로는 오늘 날씨가 그다지 좋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라산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삼척동자도 모릅니다.
하여 카메라도 단단히 챙겼습니다.

그런데...

바라던 더 이상의 행운은 없었습니다.
출발하면서 찍은 광장의 사진이 전부입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착한 사재비 동산에 기다리고 있는 건
진눈깨비를 안고 있는 짙은 안개뿐이었습니다.

어리목을 통해 한라산 윗세오름까지의 등반로 중 최고의 묘미는
사재비동산에서 윗세오름까지 펼쳐진 광활한 초원위의 설경입니다.
하늘 위를 걷는 것 같은 환상적인 풍경을 간직한 곳인데,
그곳이 지금 이런 상태입니다.

불과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지독한 겨울안개입니다.
세찬 기운이 가슴을 파고듭니다.
방한장비를 더욱 단단히 고쳐 메고는
꺼내려 했던 카메라는 도로 가방 깊숙이 집어넣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온몸으로 엄습하는 진눈깨비와의 싸움입니다.

아직 한사람도 걷지 않았던 눈길,
때로는 등반로의 방향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을 꺼내어 겨우 담아낸 사진입니다.
시야를 완전히 상실하여 더 이상의 사진은 담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 후,
폭설과 고요 속에 어렴풋이 형체를 드러내는 윗세오름산장,
건물의 외벽에는 간밤에 눈보라를 받아 낸 흔적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피소 안,

잠시 숨을 고른 후,
사발면에 뜨거운 물을 받아 놓고 잠시 기다리는 사이,
산장의 유리 창가에 시선이 머무릅니다.


외부와의 기온차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성에가
유리창의 문틈으로 잔뜩 끼어있습니다.


산장 안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현재 외부의 기온이 영하 8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한밤중에는 얼마나 기온이 떨어졌었는지를 짐작케 합니다.


유리창 외부에는 눈보라가 닿자마자
얼어버린 눈의 결정체들이 현란한 형태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접사모드로 변경하여 그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자연, 영하의 겨울한파가 만들어낸 걸작,

얼음알갱이들이 표현해 내는 다양하고 영롱한 형상들은
보는 내내 입이 다물어지질 않습니다.
아주 천천히 폰카로 담았습니다.















하산하는 길,
올라갈 때는 그나마 바람을 등지고 있어서 괜찮았는데,
이곳 어리목 코스는 하산할 때가 맞바람일 때가 많습니다.
 매서운 진눈깨비가 얼굴을 때립니다.

서서히 윗세산장을 향해 올라가는 등반객들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산하는 길에 어리목계곡의 숲속 설경을 몇 장 담아봤습니다.


어리목계곡의 숲속에 도착하고서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진눈깨비가 조금 수그러듭니다.


독특한 장비를 하고 산을 오르는 등반객도 눈에 띠었습니다.
 스노우슈즈라고 하더군요.
설피와는 다르게 발바닥에 스파이크로 되어 있어
눈쌓인 겨울산의 등산에 아주 제격일 듯 보였습니다.



올라가는 등반객들의 모습들도 줄을 잇습니다.
평일이고 폭설이 내렸는데도 찾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눈 속에 파묻힌 한라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 건물이
얼핏 동화 속에 나오는 한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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