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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외국 여행지에서 본 추악한 한국인의 모습

by 광제 2011.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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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동남아 최고의 휴양도시인 필리핀의 세부를 5일간에 걸쳐 다녀왔습니다. 하루 종일 보홀섬을 여행하고 온 뒤라 몹시 피곤했던 전날이었는데, 하룻밤 자고나니 그나마 좀 나아진 것 같았습니다.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시내투어를 나가기 위해 아내와 함께 리조트의 로비에서 가이드를 기다리고 있던 때였지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여행용가방을 챙겨들고 내려오는 두 쌍의 남녀가 유난히 눈에 들어오더군요. 두 명의 여자는 뒤를 따르고 있었고 한 걸음 정도 앞서 걸어오는 남자 두 사람은 말투나 얼굴 생김새로 보니 분면 한국 사람입니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더군요.


<당시 묵었던 리조트의 로비>

세부의 아름다운 해변에 위치한 이 리조트, 유난히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더군요.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봤을 겁니다. 국내에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외국에 나와 보면 한국사람 구분하는 거 정말 쉽다는 거 말이지요. 그냥 느낌으로 확 와 닿습니다. 나중에 보면 100% 한국 사람입니다.

세부로 여행을 온 한국인 커플 두 쌍, 이제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체크아웃을 하는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뒤를 따르는 여자들의 외모가 시선을 붙들더군요. 검게 그을린 피부에 늘씬한 몸매, 남자 둘은 분명히 한국 사람인데, 여자들은 한국인이 아니었던 겁니다. 알아볼 방법은 없었지만 십중팔구 필리피노 여성으로 보였습니다.

너무 어울리지 않았던 커플, 아내와 나란히 앉아 있으면서도 시선이 계속 머물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지요. 처음에는 두 커플을 보면서 아내와 농담도 주고받았습니다. 남자에 비해 여자들이 너무 젊고 예뻐서 참 부럽다고 말이지요. 소위 우리가 말하는 능력 있는 남자정도로 쉽게 생각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똑같은 유형의 커플 한 쌍이 더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간밤에 둘이서 사이가 안 좋았는지 모르겠지만 싸운 사람 마냥 상당히 거리감을 두고 어색하게 내려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두 쌍의 커플이 계속하여 내려옵니다. 원탁의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남자 다섯 명이 조르르 모여 들었습니다.  모두가 일행이었던 겁니다. 반면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모습, 다섯 명 모두 필리핀 여성입니다. 

한국에서 여행 온 다섯 남자의 정체

이때 이상한 예감이 머리를 스쳐갔지요. 그렇습니다. 이들은 모두 현지 여성을 소개받아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기생관광을 온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부러웠던 눈초리가 한심하고 추악한 모습으로 비춰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지요. 이들의 행동을 더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대화를 나누는 이들 다섯 명, 여자들은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도 않습니다. 잠시 후 현관을 통해 들어오는 한명의 한국인 남자, 그리고 남자의 뒤를 따라 조금 전엔 보이지 않았던 필리핀여성들이 따라 들어옵니다. 한국인 남자는 현지 가이드로 보였습니다. 다섯 명의 남자들과 가이든 간에 진지한 대화가 시작되더군요. 불과 3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 앉아 있어서 대화내용까지 다 들을 수 있었습니다.

추가요금이 발생한 것 같았습니다. 한사람 당 몇 십 불씩을 더 내야한다는 것, 잔돈이 없으면 누군가가 한사람이 몰아서 낸 다음, 한국으로 돌아가서 각자 해결하라는 등 금전과 관련된 내용들이 오갑니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는 걸 바로 알 수가 있었습니다.

금전관계는 해결이 된듯하였고 뒤이어 필리핀 여성들과의 작별인사가 시작되더군요. 이들이 이곳 여성들과 며칠간 같이 머물렀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눈치였습니다. 어떤 커플은 가벼운 악수로 작별인사를 대신하기도 하였지만 어떤 커플은 진하게 볼에 뽀뽀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다섯 명의 필리핀 여성들은 한꺼번에 현관을 빠져나가 차에 오르는 보습이 보입니다.

형식상의 여행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남자들만 남은 것이지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이 지긋한 이 남자들, 분명히 아내와 자식들을 비롯한 가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일 겁니다. 어떤 사연으로 한국에서 세부까지 여행을 오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일정상 하루 이틀 갖고는 어림도 없습니다. 과연 이들이 세부에 오게 된 여행목적을 각자의 가정에서는 어떻게 알고 있는지도 상당히 궁금해집니다.

언론에서 심심하면 이슈로 떠오르는 문제가 있지요. 필리핀에서 돈을 물 쓰듯 쓰고 흥청망청 즐기는 한국인들의 추한 행태를 꼬집는 것이 그것이지요. 한국남성들의 그릇된 행태로 인하여 코피노 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코피노(kopino)' 한국인(Korean)과 필리핀인(Phillippino)의 합성어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혼혈인으로 명명되어야 할 이 코피노란 명칭이 필리핀에서 '버려진 아이들'이란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것만 봐도 얼마나 창피하고 낮 뜨거운 일입니까.

최근에는 필리핀이 어학연수의 중심지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 유학생들이 늘어났고 지난해 필리핀을 찾은 한국인만도 무려 70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이를 같이하여 한국남성과 현지여성 사이에 태어난 코피노가 최근 1만 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도 합니다. 너무 창피한 기록이지요. 때문에 단순여행이나 올바른 연수가 오해를 받기도 한답니다.

남자들끼리 단체로 떠나는 해외여행, 여행이 목적이 될 수도 있고 어떠한 단체에서 연수를 목적으로 할 수도 있겠지요. 각자의 가정에서는 아내와 자식들이 믿고 따르는 없어서는 안 될 가장의 위치에 있을 것도 분명합니다. 사랑하는 우리남편, 자랑스러운 우리아빠, 외국에 나가 이러고 다니는 거 상상도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귀국해서 초인종을 누르며 뭐라고 할런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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