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사진 걸어놓고 성업 중인 실망스런 거제도 맛집
거제도에 가면 우선으로 먹어봐야할 음식이 바로 '멍게비빔밥'이라고 하더군요. 멍게비빔밥은 바로 '1박2일에서 추천한 맛'이기도 하지요. 묵었던 숙소는 학동. 검색을 해보니 거제도에는 여러 곳의 멍게비빔밥전문점이 있는데, 장승포에 있는 한 음식점이 멍게비빔밥을 아주 잘한다고 소문이 나 있더군요. 네비로 검색을 해보니 빨리 간다고 해도 40분은 족히 걸릴 거리더군요. 하지만 언제 또 오나 싶어 찾아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자동차를 이용하여 학동에서 장승포로 이동하면서 느꼈던 부분인데, 거제도에서는 1박2일을 떼어놓고는 말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더군요. 다녀오신 분들 아시겠지만 식당이란 식당은 죄다 1박2일 맛집이란 타이틀을 내걸었고 모텔은 물론 조그마한 슈퍼까지도 1박2일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더군요. 1박2일의 여파가 거제도 상권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버린 듯한 느낌이었답니다.
섬 전체가 1박2일로 몸살 앓는 요지경 속 거제도
물론 우리일행이 찾아간 식당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인터넷에선 맛있다는 평을 듣고 찾아간 집이라 1박2일 출연여부는 상관 않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식당 앞에 도착해서 시선을 사로잡았던 대형 그림은 바로 강호동의 얼굴이었답니다. 혹시 이곳이 1박2일에 소개된 집인가 하고는 천천히 살펴보니 강호동 얼굴뿐만이 아니고 남자의 자격 출연진은 물론 TV에 나왔던 1박2일의 여러 장면들을 크게 확대해 걸어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답니다.
저 또한 의심의 여지없이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 만큼 후회 없는 맛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하고 가족 일행과 한께 들어가 자리를 잡았지요.
식당내부에 걸려있는 연예인 사인
저는 원래부터 횟집에 가더라고 멍게를 즐겨먹는 편이라 처음 접하는 음식이지만 멍게비빔밥은 상당히 기대를 하고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가족 일행들은 멍게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더군요. 쌉싸름한 멍게 특유의 맛 때문이지요. 멍게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맛입니다. 하여 저는 멍게비빔밥을 주문하고 나머지 가족들은 성게비빔밥 한 개와 해물뚝배기 3만5천 원짜리 中자를 주문하였답니다.
해물뚝배기는 준비하는 시간이 좀 필요해서 그런지 몰라도 멍게 비빔밥과 성게비빔밥은 상당히 빠른 시간에 나오더군요. 재료들이 미리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시간 걸릴 것도 없겠더군요. 멍게비빔밥은 제가 먹을 것이고 성게비빔밥은 독특한 맛을 예감하며 같이 간 처남이 주문한 것입니다.
그런데 성게비빔밥을 초장을 넣어 슥삭 비비고는 한술 뜬 처남이 도저히 먹지 못하겠다면 수저를 놔버리는 것입니다. 대체 무슨 맛일까 저도 먹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정말 말로 설명할수 없는 맛이 느껴집니다. 아니, 너무 밍밍해서 아무런 맛이 없었다는 것이 정확하겠더군요. 성게는 얼마나 들었는지 알 수조차도 없이 전부 녹아버린 상태입니다. 저도 한 입 뜨고 말았습니다.
만원짜리 멍게비빔밥
밋밋했던 성게맛에 비해 멍게비빔밥은 대체로 먹을 만하더군요. 조금 부실해 보이는 것은 단점입니다.
하지만 잘 다져진 멍게를 일정시간 숙성시킨 후, 참기름과 깨소금, 그리고 김가루를 얹어 밥에 비벼먹는 맛은 멍게비빔밥은 애초에 예상했던 쌉싸름한 멍게의 맛은 사라지고 고소하면서 독특한 맛이 나는 게 과연 거제도를 대표하는 별미라고 할 수 있었답니다.
가족들이 한수저씩 떠 먹어 보고는 수저를 놔버린 성게비빔밥의 잔해(?)도 참고하시라고 올려봅니다.
조금 기다리니 가족들이 먹을 해물뚝배기가 렌지위에 올려 집니다. 커다란 전골냄비에 담겨져 나오는 해물뚝배기는 말이 뚝배기지, 그냥 평범한 해물전골 또는 해물탕이라고 불러야 더 어울리는 음식이었답니다. 해물위에 야채와 미나리가 듬뿍 들어있어 얼핏 보아도 맛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잠시 후, 야채들이 숨이 죽어가면서 점점 양이 줄어들더니 볼품없는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사면이 바다인 거제도의 지역을 생각하면 다양한 해물들이 잔뜩 들어있을 것이라 기대를 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전골에 들어있는 해물들도 너무 보잘 것 없더군요. 기대했던 해물은 대부분 홍합으로 채워져 있고 소라와 굴, 새우 몇 개에 낙지한마리가 전부입니다. 3만5천 원짜리 해물탕 치고는 너무 보잘 것이 없었지요.
딸려 나온 겨자소스에 꼴뚜기 하나 묻혀 먹고 말았네요.
이정도면 콩나물탕이라고 이름 지어도 될듯합니다. 3만5천 원짜리 해물탕에서 나온 해물 보실래요?
내용물이 없으면 차라리 국물 맛이라도 얼큰 하던지요. 하기사 내용물이 없으니 우러나올 건덕기가 없을 수밖에요. 그저 나오는 것은 잘 씻겨내지 않는 모래알뿐이더군요. 먼 길을 달려간 가족들의 실망감도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검색하여 이곳으로 안내한 사람만 죄인 된 순간이었지요. 그나마 유일하게 멍게비빔밥이 먹을 만 했다는데 위안을 삼을 수밖에요.
음식 값을 지불하고 무료로 제공되는 자판기 커피를 한잔하며 밖으로 나와 보니 방금 전 식사를 마치고 나와 커피를 마시고 있는 한 쌍의 여행객이 눈에 띄더군요.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남자에게 여자가 묻더군요. "커피는 맛있냐"구요. 이번여행에서 가장 실망스런 맛이었다며 투덜대는 여행객을 보니, 우리 가족들만 그리 느꼈던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보통 한번 갔던 여행지의 음식점들을 다시 또 찾아가는 경우는 드물게 마련입니다. 물론 잊을 수 없는 맛 때문에 다시 찾아가는 진짜 맛집도 많지만, 일부는 한철장사라는 인식이 아주 강하지요. 아무리 그래도 대한민국 인기 여행지인 거제도의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개선할 것은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맛은 물론 손님을 대하는 불성실한 태도까지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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