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잔디 상처 방치하면 안되는이유, 의사에게 들어보니
딱 한번 넘어졌을 뿐인데......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며칠 전이었답니다.
오후 늦게 집에 들어와 보니 현관문을 열어주던 애들이 잔뜩 긴장한 모습입니다.
단번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지요. 이런 경우는 거의 대부분 아빠인 제가 묻기 전에 애들이 먼저 자초지종을 털어놓습니다. 나름 선수를 치는 격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밖에서 놀다가 갓 들어왔는지, 머리카락은 온통 땀에 젖어있었고 얼굴은 벌겋게 상기된 채, 슬쩍 웃통을 벗어 보이는데, 아들 녀석의 어깨를 보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무엇이 할퀴고 지나간 듯 피부속이 들어날 정도로 긁혀 아주 피멍이 든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지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학교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놀다가 몸싸움에 밀려 넘어지며 잔디밭에 살짝 굴렀는데, 이런 상처가 났다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대체 얼마나 심하게 굴렀기에 이런 깊은 상처가 났을까.
상처가 난 곳은 어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팔꿈치 근처에도 긁힌 자국이 선명합니다. 얼핏 손톱으로 긁힌 생채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애들이 다니는 학교운동장은 인조잔디로 되어 있습니다.
인조잔디에서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었는데, 우리 아이에게 이런 일이 닥친 것입니다. 더군다나 넘어졌을 때 당시는 불볕이 내리쬐던 날씨라 한층 달궈진 운동장이 더더욱 상처를 깊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간 이렇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상비약통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집에서 연고 정도나 바르고 치료할 정도로 가벼운 상처로 보이지 않더군요. 때가 여름철이라 자칫 잘못하여 상처 난 부위가 곪기라도 한다면 큰일입니다. 이럴게 아니라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게 나을 듯 하여 꺼내놓았던 상비약을 도로 집어넣고는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인조잔디에 의한 화상, 그냥 방치하면 안되는 이유>
상처부위를 보고는 어떻게 다쳤는지 단번에 알아차리는 의사선생님.
인조잔디에 의한 화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처부위를 치료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니,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상처 부위를 심하게 닦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세균이나 침투하지 않을 정도로 간단한 소독을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그렇잖아도 따끔거려 아픈 어린피부를 거즈로 밀어대니 고통스러운 것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요.
이렇게 치료하는 이유는 바로 인조잔디.
인조잔디에는 천연잔디와 같은 느낌을 주기위해 고무알갱이를 깔아주는데, 이 고무알갱이 분말이 피부에 박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조잔디에서 넘어진 상처를 집에서 대충 치료한 후 방치하면 까만 점으로 영원히 피부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소독거즈를 이용하여 되도록 이면 심하게 밀어내는 이유도 바로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고무알갱이 분말을 제거해주기 위한 것이랍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 병원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고무알갱이는 몸에 아주 해로운 유해성분이 들어있는 물질이라 이렇게 깊게 피부와 접촉한다면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인조잔디에 충전재로 사용되는 고무분말은 다름 아닌 폐타이어를 재활용하여 만들어 진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 고무알갱이에 납, 카드뮴, 수은 등 몸에 해로운 중금속은 물론, 여러 가지 유해한 유기화합물이 함유돼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시공할 때에는 제법 굵었던 고무알갱이는 오래 사용하면 할수록 점점 작은 분말 형태로 부서져 어린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아토피나 호흡기 질환, 두통 등이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먼지만 날리던 학교의 운동장, 이제는 대부분의 학교들이 앞 다퉈 인조잔디를 시공하고 있더군요. 얼핏 보면 화려하고 애들이 뛰어놀기에 편할 것처럼 보이지만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일수도 있다는 사실, 이제는 애들에게 마음 놓고 뛰어 놀라고도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세상과 만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른들 입맛 사로잡은 꼬꼬면, 아이들에겐 빵점 (46) | 2011.09.05 |
---|---|
각서까지 쓰고 살아가는 황당한 부부, 끝내는 (154) | 2011.09.02 |
어린애 한마디가 식당 안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연 (81) | 2011.08.29 |
조스가 나타난 우도의 산호해수욕장, 직접가보니 (33) | 2011.08.22 |
완전히 녹아버린 아이스크림, 먹어도 될까 (67) | 2011.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