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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어린애 한마디가 식당 안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연

by 광제 2011.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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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수저로는 밥을 먹지 말라고 했더니

자식은 부모를 닮아간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옛날 얘기, 요즘 아이들은 주관적인 생각이 강하여, 부모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으면 가차 없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리타분하고 이기적인 마인드를 가진 부모들은 늘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더위도 식힐 겸, 평소에 자주 가던 냉면전문점을 찾았습니다. 끼니때가 아닌데도 여름철의 냉면집은 언제나 사람들이 붐빕니다. 식사를 다 마치고 일어설까 하다가 음식점 안이 너무 시원하여 이왕이면 커피까지 마시고 가자고 잠시 쉬고 있을 때였지요.

"당장 버리지 못해~!!"

갑자기 카랑카랑한 여자의 목소리가 식당 안에 울려 퍼집니다. 식사를 하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쳐다볼 정도의 괴성이었는데, 괴성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이들과 함께 냉면을 먹으러 온 한 아주머니였습니다.

우리가 앉아있는 곳에서 아주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있는 한 가족,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매와 이 아이들의 엄마로 보이는 아주머니, 이렇게 셋이서 냉면을 먹던 중 돌발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지요.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자,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는 걸 알았는지, 잠시 의식하는 눈치를 보이더니, 조금 전보다는 많이 수그러진 목소리로 큰애인 남자아이에게 다그치기 시작합니다. 엄마의 다그치는 소리에 남자아이는 잔뜩 긴장된 모습입니다.

"떨어진 젓가락을 주워서 먹는 애가 어딨니?"
"그게 얼마나 더러운지 알어? 저리 치우고 새 걸로 먹어! 당장~!"

괜히 무안해 할까봐 그쪽으로 쳐다보지는 않았지만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엄마의 다그치는 소리만 들어도 대충 짐작이 되는 상황이었지요. 냉면을 먹던 남자아이가 갑자기 젓가락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게 된 것이지요.


가벼운 스텐레스 재질의 젓가락이라 고사리 손이 놀리기에는 다소 힘들었을까요. 떨어진 젓가락을 주워서 냉면을 먹으려는 아이에게 엄마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었습니다.

<엄마의 다그치는 소리와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어린마음에도 다소 당황했던지, 잠깐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냅킨통에서 휴지를 뽑아 젓가락을 쓱쓱 문지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고는 엄마의 얼굴 앞으로 젓가락을 내밀며...>

"이렇게 해서 먹으면 되지? 괜찮지?"

떨어진 젓가락을 휴지로 닦아 보인 남자아이는 엄마의 허락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그 젓가락을 냉면그릇으로 가져가고 있었습니다.

"너 이 노무 자식...엄마 말이 말 같지 않어?"

흠...점점 험악해지는 밥상위의 분위기, 이정도 되면 우스개소리로 한 번 해보자는 경우입니다. 그래도 식당 안 몇몇 사람은 아직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이정도 되면 엄마의 체면이 말이 아닌 것입니다.

"엄마의 과민방응을 명확한 논리로 잠재운 아들

바로 이때 아들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는 엄마는 물론 보는 사람까지도 두 손을 들게 만들어 버리더군요.

"집에서는 수저 떨어지면 주워서 먹으라면서 여기서는 왜 안 되는데? 식당 아줌마 씻으려면 힘들잖아~!"

".......;;"

"그리고 여기 바닥은 더럽지도 않은데 뭘...."

이 얘기를 옆에서 듣고는 하마터면 먹고 있던 커피를 뿜을 뻔 하였답니다. 식당 안에 있던 다른사람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쩜 두 눈을 똑바로 뜬 채, 어처구니없이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는 것일까요. 얼핏 생각하면 무슨 애가 저모양일까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광경을 옆에서 본 사람이라면 조그만 남자아이의 총명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집안에 있을 때와 밖에 나왔을 때 달라지는 엄마의 생각에 이제 초등학교 저학년 밖에 안 된 아들 녀석이 일침을 가한 것이지요.

실제로 제3자가 보기에도 떨어진 젓가락이 불결하다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식당의 구조가 의자가 있는 테이블이 아닌, 신발을 벗고 방석을 깔아 앉는 비교적 깨끗한 바닥이었기 때문입니다. 기분 상 닦지 않고 그냥 먹기에는 좀 그럴지 몰라도 대범하게 휴지로 닦는 시늉만 해서 그냥 사용해도 사실 문제는 없었던 것입니다. 
 
서두에도 말했듯이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이 그르다는 판단이 서면 자신의 생각을 굽힘없이 드러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빠가 신호등을 위반하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는 경우도 같은 경우입니다. 생각 없이 살아가는 어른들은 자기 자식에게도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아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 아주머니, 집에 돌아가서 호되게 야단치지는 않을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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