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올해도 어김없이 차례가 끝나기가 무섭게 애들이 어른들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애들의 표정을 보니 하나같이 기대에 찬 얼굴들, 얼마나 이 시간을 학수고대 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웃어른에게 먼저 세배를 하고는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받아 든 녀석들은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받아든 지폐를 호주머니에 쑤셔 넣기 바쁩니다. 마냥 즐거운 표정들입니다. 나눠주는 세뱃돈의 금액은 대부분 만원씩입니다.
몇년 전에도 제가 똑 같은 장난을 했었습니다.
이번에도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아내의 지갑에 들어 있던 빳빳한 천원짜리 지폐를 꺼내들었지요. 슬슬 내 앞으로 몰려오는 녀석들.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기분 좋은 세배를 받았습니다. 이제 세뱃돈을 나눠줄 차례입니다. 아내의 손지갑에 두툼하게 마련된 천 원짜리 지폐를 꺼내 모두에게 한 장씩 나눠주며 애들이 보이는 반응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공부도 잘해야 한다."
표정관리를 하며 시치미 뚝 떼고 나눠준 천 원짜리 지폐.
순간 세뱃돈을 받아든 애들의 표정은 갑자기 굳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녀석
-지폐를 앞뒤로 돌려 금액을 확인하는 녀석
-다른 애들한테는 얼마를 주는지 곁눈으로 살펴보는 녀석
요즘 아이들, 그냥 넘어가질 않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나봅니다.
"큰아빠~! 천 원짜리인데요?"
"어~그래! 큰아빠는 돈이 없어서 천 원씩 밖에 줄 수 없단다. 그래도 세뱃돈이니 저축도하고 공부도 잘해야 한다."
이 말을 듣고는 대답도 하지 않고 돌아서는 녀석은 끝내 자기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서는 천 원짜리를 보여주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습니다. 거의 동시에 재잘대던 모든 애들의 표정도 굳어져 버렸습니다.
짓궂은 장난이란 걸 알고 있는 어른들은 웃음을 참으며 재밌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지만 애들만큼은 심각합니다. 당연히 만원일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천원을 받았으니 그 실망은 말도 못했겠죠. 이에 따른 애들의 반응 또한 의외로 차가웠습니다.
웃고 즐기는 사이, 다시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나눠주고 나서야 장난이란 걸 눈치 챈 녀석들이 그때서야 찡그렸던 얼굴들이 펴지더군요.
설날 때마다 주머니를 빠져나가는 두둑한 현금.
복된 세뱃돈과 덕담으로 올 한해 모든 가족들이 건강하게 일 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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