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는 날 의사소견 듣고는 포복절도한 사연
아침에 일어나니 배앓이가 심상찮았습니다. 본능적으로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 것이지요. 평상시 같으면 화장실에 한번 다녀오고 나면 가라앉곤 했는데, 은근히 계속되는 배앓이에 동네의원을 찾았습니다. 침대에 눕힌 채로 이곳저곳을 눌러보던 동네의사, 맹장이 의심되니 어서 빨리 종합병원으로 가라는 겁니다. 큰일이 벌어지는 줄 알고 덜컥했지만 침착(?)해야만 했습니다. 이후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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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핸들을 맡기고는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달렸습니다. 가는 도중 지인에게 연락해 알아본 결과, 빠른 진찰을 위해서는 응급실로 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하더군요. 과거에 다른 일로 응급실을 찾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참 일처리가 엉망이었습니다. 요즘은 정말 좋아졌더군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간단한 검사를 마치고 먼저 실시한 정말검사는 바로 CT촬영, 신속하게 검사를 마친 후, 담당의사의 소견을 들어보니 맹장이 맞다는 겁니다. 곧바로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CT촬영을 해서 보니 몸 안에 커다란 돌덩이가 들어있다는 겁니다. 바로 담석이었습니다.
담석이 들어 있는 경우 갑자기 통증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죽을 때까지 모른 채 살기도 한답니다. 명치 근처로 갑자기 통증이 찾아오는 경우, 많은 환자들이 담석으로 판명이 된다더군요. 하지만 저는 꽤 커다란 돌이 들어 있음에도 평상시 전혀 통증이 없었던 것입니다. 언젠가는 이일로 다시 병원을 찾을 것을 생각하니, 이왕이면 같이 수술을 할 수는 없는 것이냐고 물어보았지요.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 당혹하게 만들었지요. 다른 사안으로 동시에 수술을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병원의 체계를 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반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참 대단한 장삿속이다 싶더군요. 하지만 위급상황에 찾아온 병원, 음식이 맛이 없다고 획하니 나갈 수 있는 음식점이 아닌 것입니다. 하는 수 없이 담석제거는 포기하고 맹장수술만 하기로 하였지요.
그 후로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부지런히 수술 절차를 진행하고 있던 의사가 다가오더니, 다른 의사와 협의를 한 끝에 동시 수술을 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저로서는 한번 수술대에 올라 두 가지의 병을 치료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마취직전 의사가 그러더군요. 불행한 일로 찾아왔지만 당신은 행운아라고..
이렇게 약 두 시간 정도의 수술을 마치고 난 뒤 정신을 차려보니 병실에 누워 있더군요. 진통제 처방을 해서 그러지 생각했던 것 보다는 통증을 참을 만 했습니다. 애초 수술방식을 개복수술이 아닌 복강경 수술로 진행할 것이기에 수술도 간편하고 회복도 아주 빠르다는 얘기는 들은 바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단추를 풀어 들여다본 복부는 완전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헉! 이것들이 지금 내 배에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복부에 칼을 대어 찢어 놓은 곳이 무려 다섯 곳입니다. 처음에 의사가 대여섯 곳을 뚫을 것이라 하더니, 여섯 곳이 아닌 것만도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 것일까요. 이 상태로 목욕탕이라도 갔다가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기라도 하면 싸우다 칼부림이라도 당한 줄 알겠습니다.
회복 첫날은 경황이 없어 살피지 못했지만 하루가 지나고 나니 정말 회복 속도는 몰라보게 빠르게 진행되더군요. 걷는데도 아무런 불편이 없고 복부의 통증도 몰라보게 사라졌습니다. 이때 간호사가 들고 다니던 차트에서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물어보니 제 몸에서 나온 돌덩이라고 합니다.
정말 큰 돌입니다. 직경을 재어보니 3cm가 넘습니다.
어떻게 이런 돌이 몸 안에 들어 있었는데도 그동안 아무런 느낌이 없었을까요. 문제는 이 돌을 제거하면서 담낭까지 같이 제거된 것입니다.
몸에 있는 담낭을 제거한다는 의사의 소견을 처음 들었을 때,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요. 기본적으로 사람의 몸에 있는 기관들은 모두가 저마다의 역할과 기능이 있을 것인데 그 중하나를 완전히 때어낸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던 것입니다. 의사에게 들었던 의학 상식들을 이 자리에서 어설프게 늘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어쨌거나 어떠한 문제도 없다는 것은 이번기회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탐탁치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아무래도 의학적으로 이해가 덜된 까닭일겁니다. 때문에 담낭제거로 인해 앞으로 어떠한 신체적 변화가 올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몇 번이고 의사에게 물었지요. 정말 주의해야할 점이라든가 큰 변화는 없는 것인지 말입니다.
줄어들줄 모르는 한달치 약, 이제 삼일정도 먹으면 다 먹었습니다.^^
비밀을 누설하지 말라는 의사의 황당한 권고
음식도 가릴 필요가 없으며, 생활하는 데에도 평상시와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는 것, 다만, 운동을 평소보다 부지런히 해주는 것이 합병증을 예방하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의사항을 말하던 중 반드시 주의할 점이 하나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를 듣고는 포복절도하고 말았는데요. 그것은 바로 담낭제거수술을 한 사실을 친구들에겐 절대 비밀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칫하면 놀림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린가 했습니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분들은 아실 텐데요, 이유인즉, 자칫 '쓸개 빠진 놈'으로 불러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몸에 붙어 있던 하나의 기관을 떼어 내고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한 요즘입니다. 오히려 몸이 한결 가벼워진 듯하니 말입니다. 쓸개무게가 빠져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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