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족들끼리 소문난 갈비집에서 외식을 하던 때였습니다. 몇 번 쓴 것 같지도 않은데, 식당에서 지급한 물수건이 어느새 많이 더러워졌더군요. 새로운 물수건을 하나 더 달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테이블에는 호출단추(콜벨)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누르질 않았습니다.
반드시 식당 종업원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언제부터인가 호출단추를 누르지 않게 되더군요. 종업원과 눈이 마주칠 때라든가, 한가한 시간을 틈타 도움을 요청해도 되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데, 바쁜 사람 오라 가라 하는 것도 한편으론 실례인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제는 이게 거의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배가 부른가 싶으면 딴 짓하기에 바쁜 아이들, 아이들에게 심부름을 시키기에 딱 좋은 타이밍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사내 조카 녀석에게 물수건 한 장 달라고 해서 갖고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왜 이리 늦는 걸까 싶더니, 빈손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처음에는 어린아이의 요청이라 종업원에게 무시를 당한 줄 알았습니다.
"물수건 왜 안 갖고 왔어?"
"저기...그게요...."
"왜...아줌마가 물수건을 안줘?"
"그게 아니고......뭐라고 불러요?"
잉? 이게 뭔 소리야...뭐라고 부르다니, 이건 또 뭔 소리일까. 잠깐 생각에 잠기고서야 조카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낌새를 차릴 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고개를 주방 쪽으로 돌려봤지요. 주방 앞에서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는 종업원은 아줌마가 아닌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었습니다.
사내조카 녀석이 한참 누나뻘 되는 여학생을 앞에 두고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빈손으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습니다. 사내 녀석의 입장에서 보면 아줌마라 부르기도 그렇고, 누나라도 부르기도 그렇고, 참 난감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호칭은 생략하고 물수건이나 달라고 할 것이지 그냥 빈손으로 돌아오다니.....;;
공교롭게도 바로 그때였습니다.
한자리 건너편 테이블에서 고기를 굽고 있던 또 다른 손님이 종업원을 큰소리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어이~~!"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던 아르바이트 여학생, 워낙에 큰소리로 호출을 하다 보니, 쏜살같이 달려가기는 하지만 기분은 참으로 언짢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눈에 봐도 여학생임을 알 수 있는 외모, '아가씨'라든가, 그게 아니면 '학생'이라고 부르던가, 통상적으로 식당에서 많이 쓰는 호칭이 있는데, 하필이면 '어이'가 뭘까요.
말쑥하게 차려입는 옷차림에 아랫사람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한 이손님, 행색으로 보아 돈 좀 있어 보이고, 사회적으로 지위도 어느 정도 갖춘 사람처럼 보였지만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다지 품위가 있어 보이지는 않더군요.
이런 상황을 닥치고 보니, 갑자기 식당종업원에 대한 호칭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군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회 각계에는 통상적으로 정해진 호칭들이 존재하더군요. 하지만 유독 식당 종업원에 대한 호칭만은 각양각색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추어 봐도 난감한 경우가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과거 나이가 어릴 때에는 '아줌마'라는 호칭을 많이 사용하고 조금 안면이 있거나 단골음식점인 경우에는 '이모'라고 많이 부르곤 했지만, 이게 또 나이가 들면서 부터는 '이모'소리도 쉽게 나오질 않더군요.
물론 나이 지긋하신 종업원이라면 '이모'라고 불러도 무난하지만 또래처럼 보이거나 한참 어려보이는 종업원에게 '이모'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여기에 '아줌마'라는 호칭은 정말 조심스럽게 사용해야합니다. 실제 아가씨들에겐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보통 '여기요~', '저기요~' 하고 부를 때가 많은데, 이보다는 '아가씨'라고 부를 때가 가장 기분 좋게 대답을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말에 한 설문조사기관에서 조사한 내용이 있지요. '이모', '고모'등 가족관계 호칭이 32%, '아줌마'가 26%, '여기요', '저기요'같은 표현이 20%가량 쓰여 지는 걸로 나타난바 있습니다. 또한 모 단체에서 실시한 호칭 공모에서는 '차림사'가 1등에 뽑혀 주목을 받았는데, 수개월이 지난 지금, 이런 표현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우리나라의 식당에서서 일하는 여성의 수만도 83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보험아줌마'가 '보험설계사'로 바뀌어 인식이 달라진 것처럼 이제는 식당종업원들도 그럴싸한 호칭 하나를 정해 뿌리를 내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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