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이불 널었더니 민원 넣은 황당한 아주머니
화창한 날씨 덕에 기분까지 상쾌한 일요일이었습니다. 지긋지긋 했던 장마가 물러갔고 큰비를 몰고 왔던 태풍이 지나간 뒤라 여느 때보다 하늘은 화창하고 맑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서둘러 창문을 열어 제칩니다. 그동안 눅눅했던 집안 환기를 시키고자 하는 것이었지요.
더불어 이불도 창가에 내다 널어야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아침부터 힘깨나 썼지만 맑은 하늘을 보니 기분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 뜬금없이 초인종이 울리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이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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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폰으로 누구인지 확인한 아내가 서둘러 현문으로 달려 나가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조용히 따라 나가봤습니다. 경비아저씨였습니다. 대체 무슨 급한 일이기에 일요일 낮 시간에 직접 찾아온 것일까 그동안 용무가 있을 때는 간혹 인터폰전화가 걸려온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직접 찾아온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기요...부탁하나 드리려고 왔습니다."
"무슨 부탁인데요?"
부탁이 있다고 했는데, 무언가 아주 딱한 사정이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무슨 크나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망설이다가 아주 어렵게 입을 열더군요.
"죄송하지만 베란다에 널어놓은 이불 좀 걷어주시면 안될까요?"
오랜만에 강한 햇볕을 보인 날씨라 이불 소독이나 좀 해볼까 하고 아침시간에 창가에 널어놓았던 바로 그 이불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 같은데 직접 찾아온 것을 보니 예감이 이상하였습니다.
(혹시 아래층에 피해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창가로 달려가 봤습니다. 과거 늘어진 이불 때문에 아래층의 일조권을 침해하여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혔던 전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불은 이상이 없었습니다. 아주 단정하게 널려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경비아저씨가 난색을 표하며 이불을 걷어달라고 하는 것일까요. 자초지종을 들어봤습니다.
이유인즉, 같은 단지 맞은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주머니 한분이 관리 사무실로 민원을 넣었던 것입니다. 당장 이불을 걷어 달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불을 걷어야 하는 이유를 듣고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관리실에 민원을 넣은 이 아주머니, 집을 내놓은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면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 집을 보려고 직접 찾아올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불이 보기 싫게 널려있으면 싸구려 아파트단지처럼 보여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꼭 널어야 하겠다면 3시간 이후에 다시 널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경비아저씨 또한 너무 황당한 민원이라 생각해 처음에는 거절을 했는데, 아주머니가 너무 완강하여 어쩔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부탁일거 같아 직접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지요.
자초지종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널린 이불이 보기 싫다는 생각도 문제지만, 이런 민원을 관리실로 넣어 부탁을 했다는 자체가 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직접 찾아왔으면 덜 얄미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참을 망설였지요. 저 이불들을 내려야 하나, 그냥 둬야하나, 고민 끝에 이불을 내렸습니다. 이유는 한 가지 뿐이었습니다. 경비아저씨의 난처한 입장을 생각해서였지요. 그냥 돌아갔다가 무슨 원성을 들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나저나 이불이 널려 있으면 싸구려 티가 난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널려있는 이불들로 인해 사람이 사는 것 같아 정겹게 보이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그 아주머니 아파트 흥정은 잘 마쳤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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