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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시청자들을 분노케 한 올림픽 방송, 대체 무슨 대답을 바란 걸까

by 광제 2012.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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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의 실격보다 우리를 더 분노하게 만든 중계 방송사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기대는 말로 다 할 수가 없지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수영 400m 자유형에서 3분41초 86이란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은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어 국민들을 열광시켰는데요, 베이징대회에 이어 이번 2012런던 올림픽에서도 우승을 해서 올림픽 2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릴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었지요.

기록으로만 놓고 보면 중국의 쑨양에게 뒤지고 있기 때문에 외신들은 400m 자유형은 쑨양이 우승할 것이라고 보도를 하곤 했지만, 최근 쑨양과 맞대결을 펼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1 상하이 세계 선수권 등 두 번의 국제 대회에서 모두 쑨양을 따돌렸기 때문에 박태환의 금메달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결승에 오르기만 하면 기록보다는 8명 중 가장 빨리 들어온 선수가 우승을 거머쥘 수 있기에 승부욕이 강해 큰 경기에 좋은 결과를 보여 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대를 안고 국민들의 눈과 귀는 2012런던 올림픽 개막첫날, 오후 7시 TV앞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박태환 선수의 400m 자유형 예선전을 응원하기 위해서였지요. 사실 박태환 선수는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사람이었기에 예선전에서의 성적은 가다지 중요하지가 않았지요. 다만, 예선전을 통해 결승전에서의 우승가능성을 미리 점쳐 보는 정도의 컨디션 점검 차원의 경기라 보였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할 수 있었고 실제로 박태환 선수는 이러한 기대에 저버리지 않고 예선 3조 출전 선수 중에서 가장 빠른 3분46초68의 성적으로 터치패드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광경이 TV앞에 펼쳐졌지요. 당연히 8명의 선수 중 가장 위에 올라있어야 할 것이라 예상했던 박태환 선수의 이름이 'DSQ'라는 글자와 함께 가장아래쪽에 올라있었던 것입니다. 뭐지? 하고 정신을 차려본 순간, 부정출발로 실격 처리가 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어떤 점이 실격사유인지 몰랐던 시청자들은 충격 속에 할 말을 잃고 TV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바로 이때, 실격보다 더욱 충격적인 일이 눈앞에서 벌어집니다. 올림픽 방송을 중계하던 MBC가 현장에 리포터를 보내 박태환 선수를 인터뷰 하게 한 것이지요. 금방 경기를 끝낸 뒤, 전광판에 실격처리가 된 자신을 보며 영문을 모르고 있을 선수에게 마이크를 들이댄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요. TV를 본 시청자들도 다 아시겠지만, 당시 박태환 선수를 인터뷰 할 때에는 박태환 선수의 실격사유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였습니다. 심지어 방송을 중계하며 느린 화면을 수차례 본 해설자조차도 사유를 모르고 있을 때 선수 본인에게 실격이유를 묻다니요. 도대체 기자가 정신이 있는 겁니까.



대체 무슨 대답이 듣고 싶었던 것일까요.

국민들과 시청자들이 영문을 모르고 충격 속에 빠졌다 한들 박태환 선수의 심정만큼이나 할까요? 당연히 우승이라 알고 있었는데, 맨 아래 실격처리가 된 채 올라있는 자신의 이름을 보고 있는 선수의 심정은 얼마나 떨리고 충격을 받았을까요. 선수를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 상황에서는 차분히 안정을 시켜줘야 하는 것이 자국 선수를 응원하는 방송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말입니다.  박태환 선수도 생뚱맞은 질문에 오죽 어이가 없었으면 수차례 고개를 돌리며 외면하려 했을까요. 하지만 우리의 박태환 선수, 실망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쓰는 모습, 이를 지켜본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너무  미안하더군요.

갓 경기를 끝내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선수를 찾아가 마이크를 들이대면 특종이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물론 처음부터 방송사에서는 박태환 선수의 예선통과를 의심하진 않았겠지요. 리포터를 보내 당당하게 1위로 예선을 통과한 박태환 선수에게 소감을 물어보고자 했던 것이 시나리오였을 것이고 질문 내용이 미리 짜여 져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상치도 않았던 일이 벌어지고 나니 리포터도 당황한 것일까요. 아무리 그렇다 해도 박태환 선수에게 질문한 내용은 리포터가 정말 기자 수업은 제대로 받았는지 의심이 들게 만들더군요.

TV를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정리를 해봤습니다.
얼마나 황당한 질문을 하였는지 한번 보시지요.

금방 경기를 끝내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박태환 선수, 더군다나 실격처리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의 박태환 선수 앞에 리포터가 서 있습니다.

리포터: "박태환 선수! 지금 레이스가 끝났는데요..실격처리가 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어떻게 된 건가요?"

박태환: ........;;(전광판만 바라봄, 망설이다가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모르겠는데요..."

리포터: "본인의 레이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 되십니까?"

박태환: ........;;(고개 돌려 전광판 바라봄)"레이스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는데요..."

리포터: "앞으로 기다려봐야지 결과를 알 수 있을까요?"

박태환: "그런 거 같은데요...내용을 자세히 몰라서...."

리포터: "페이스는 좋았던 것 같은데요..."

박태환: "페이스는 괜찮았던 같은데........(고개 돌려버림)"

리포터
: "알겠습니다...다음에 결승 기다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송사의 황당한 중계는 이뿐만이 아니었지요. 박태환 선수 경기의 해설자는 실격처리를 한 심판장이 중국인이란 사실을 강조하며 시청자들의 분통을 터트리게 만든 것입니다. 박태환 선수의 강력한 경쟁자가 중국 국적의 쑨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국선수의 우승을 위해 일부러 경쟁자를 실격처리 했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는 것이었지요. 문제는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심판장은 중국인이 맞지만 문제를 제기한 건 캐나다인 출발심판이었던 것입니다. 

그나마 우리 측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져 오심이었음을 인정하고 판정을 번복했다는 것은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처음 실격처리가 된 후, 한국선수단과 수영연맹은 박태환의 전담 코치인 마이클 볼 코치와 함께 국제수영연맹에 이의 신청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비디오 판독까지 요청을 했던 것이었지요.

결국 국제수영연맹은 '출발 대기 시에 약간 어깨를 움직였지만 선수의 습관일 뿐 고의성이 없었다.'는 판정을 내렸고, 박태환의 출발에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애매한 판정으로 우리 국민들을 울고 웃게 만든 이번 400m 자유형, 무엇보다도 박태환 선수 자신이 이번 번복사건으로 인해 가장 많이 놀랐을 것인데 제대로 경기를 치를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가장 염려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염려는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이없는 판정으로 울었다는 얘기도 들리더군요. 경기력에 많은 지장을 주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2연패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값진 은메달을 따낸 박태환 선수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축하합니다. 비록 주종목은 아니지만 남은 200m, 1500m에서도 선전하는 모습 기대합니다. 박태환 선수 파이팅입니다!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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