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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풀장에서 벌인 어른들의 싸움, 낯뜨거운 이유

by 광제 2012.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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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요원까지 동원해서 말려야 했던 어른들의 싸움

어느덧 피서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방학기간 중이다 보니 넘치는 인파가 모처럼 찾아 온 더위만큼이나 열기를 뿜어 낸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특히, 가는 여름이 아쉬운지 많은 피서객이 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저 또한 올여름 마지막 피서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해수욕장에 딸린 한 풀장을 찾았습니다.

일찍 집을 나선 우리 가족 일행은 서둘러 파라솔을 빌리고는 자리를 잡았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한정된 수량과 부족한 공간으로 인하여 낭패를 보기 때문이지요. 다행히 우리가족은 자리를 잡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많은 피서객들은 땡볕이 내리 쬐는 곳에 돗자리를 깔고 양산 정도로 겨우 햇볕을 가린 채 피서를 즐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후 벌어질 황당한 사건을 예상하진 못했지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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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어디선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데, 가만히 보니 어린이들끼리의 싸움입니다. 피서객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자칫 어린이들의 싸우는 소리가 묻혀 지는 듯 했지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는 필자의 귀에는 비교적 또렷하게 싸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 내막에 대해서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야이 새×......왜 내 신발 던져 임마!'

'니가 뭔데 상관이야! 새×.....어쩔래?'



초등학교 5~6학년으로 보이는 두 어린이가 싸움을 하는데, 어른들의 싸움 못지않게 육두문자를 곁들이며, 멱살까지 잡고 싸움이 붙었습니다. 어린이들의 살벌한 육두문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시선들이 모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싸움의 내막은 이렇습니다. 파라솔을 사용하던 피서객이 피서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 어린이가 파라솔을 차지하려고 달려가 자리표시를 한답시고 자신이 신고 있던 슬리퍼를 의자위에 올려놓고 영역표시를 해 놓고선 가족들을 데리러 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또 다른 어린이가 파라솔 의자위에 올려놓은 신발을 내팽개치고는 자리를 차지한 것입니다. 가족들을 데리러 가던 어린이는 자신의 신발이 던져 지는 것을 보고는 달려가 멱살을 잡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 순간에 벌어졌습니다. 애들이 멱살을 잡고 싸우는가 싶더니 양쪽의 가족들이 몰려든 것입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되더니, 아니나 다를까 잠시 상황을 지켜보는 듯 하더니, 두 어린이의 엄마들이 먼저 나섭니다.

'얘....니가 우리ㅇㅇ이 신발 던졌으니 니가 잘못했잖아! 미안하다고 해!'

듣고 있던 다른 엄마, 가만히 있을 리 만무죠.

'뭘 잘못해? 주인 없는 신발 던진 것뿐인데, 이 여자가 미쳤나?'

아이들의 싸움에서 엄마들의 싸움으로 확대되는 형국이었습니다. 글로는 도저히 표현 못할 험한 소리들이 오가기 시작하였고 주변은 완전한 싸움판 구경, 상황조차도 이제는 걷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진행이 되 버렸습니다. 이미 커져 버린 싸움을 말릴 사람은 오로지 곁에서 보고 있던 양쪽 진영(?)의 아빠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바램은 여지없이 깨지고, 슬슬 싸움판으로 걸어오던 두 아빠, 싸움을 말리는 듯싶더니, 순식간에 멱살잡이로 돌변했습니다. 째려 본 것이 원인이라면 원인이었습니다.

아빠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은 기본, 양쪽 집안이 아주 제대로 만난 듯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빠들의 싸움으로 번지고 나니 엄마들끼리의 싸움은 자동종료, 이 세상에서, 특히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이 바로 싸움 구경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 피서를 왔다가 때 아닌 싸움 구경을 하게 된 피서객들의 표정도 제각각, 결국에는 해수욕장의 안전요원들이 달려 와서야 멱살잡이 하던 두 아빠의 사이를 떼어 놓을 수 있었습니다.

움의 원인을 제공했던 파라솔은 한동안 후유증을 겪었는데, 두 가정 모두 사용하지 않고 서로 다른 곳으로 헤어졌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서야 영문을 모르는 한 피서객이, 파라솔에 얽힌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횡재 했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차지합니다. 결국에는 두 가정 모두 사용도 못하고 엉뚱하게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엄마와 아빠가 용감하게 전투를 벌이는 모습을 눈앞에서 실감나게 구경했던, 두 어린이들은 오늘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합니다. 싸움 구경, 재밌는 건 둘째 치고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두 가정의 뒷모습들을 보니 왠지 씁쓸한 마음은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한순간의 처신이 즐겁게 보냈어야 할 가족의 휴일을 완전 망쳐 버린 것입니다.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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