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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생각 없이 용돈 쓰는 아이에게 꺼내든 비장의 카드

by 광제 2012.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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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만 바꿨을 뿐, 확 달라진 아이들 용돈 씀씀이

아이들의 용돈을 얼마나 주는가 하는 것은 부모들의 한결같은 고민일겁니다. 거침없이 돈을 쓰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계획을 짠 후 알뜰하게 용돈을 관리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부모마음과 같이 따라 준다면 걱정할 것이 없지만 그게 원하는 데로 되는 것이 아니지요. 그렇다고 아예 용돈을 안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제 아이들인 경우, 부모의 허락 없이 마음껏 쓸 수 있는 용돈을 일주일 단위로 따로 챙겨주는 편입니다.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큰아이에게는 5천원, 초등5학년인 둘째에게는 3천 원씩 꼬박꼬박 챙겨주었지요. 단, 이 부분 용돈 사용처에 대해서는 그동안 부모의 간섭이 전혀 없었답니다.

그렇다보니, 비록 많지 않은 돈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어떤 용도로 용돈을 사용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용돈기입장을 만들어 주며 기입을 하라고 해도 아이들이 생각처럼 따라주질 않더군요. 정작 아이들 입장에서도 해가 바뀌어도 변함없는 금액의 용돈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 또한 차츰 깊어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3년 전의 용돈을 올리지 않고 그대로 주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지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약 한달 전 부터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새로운 방법을 써보기로 하였습니다. 아내와 함께 궁리 끝에 생각해낸 방법이었습니다.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한번 보시지요.

먼저, 아이들의 용돈을 올려줘야 했습니다. 중학생 큰애는 일주일에 만원, 작은애는 5천원으로 대폭(?)인상을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순간 환호성을 질렀지만 그냥 주는 것은 아니었지요.


우선은 생수병으로 썼던 페트병 세 개를 준비했습니다.
입구를 가위로 자르고 다치지 않도록 손질하여 아이들의 용돈 보관함으로 사용할 것입니다. 두 개는 큰애와 작은애가 사용할 것이고 하나는 같이 지내는 조카가 사용할 것입니다. 나란히 세 개를 묶어 냉장고 옆에 붙여서 걸어두고는 아이들이 쓰기 귀찮아하는 용돈기입장을 한 장씩 꽂아두었습니다.

이렇게 준비를 한 후, 아이들에게 요구한 조건은 이렇습니다.

1. 매주 토요일 마다 아빠가 각각 만원과 5천 원씩 용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한다.

2. 지급받은 용돈에 대해서는 아무런 간섭 없이 마음대로 사용해도 좋다.

3. 단,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반드시 기입한다.

4. 용돈 보관함은 언제든 개방을 해놓고 스스로 관리한다.

5. 용돈 지급일에 기입장 잔액과 실제 잔액이 다르면 용돈은 지급하지 않는다.


그동안 불만이었던 아이들의 용돈 씀씀이를 스스로 조절하게 하고 책임감을 심어주는 한편, 돈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끼고, 빠짐없이 기록하는 습관까지 심어주고자 고민 끝에 짜낸 방법이었습니다. 이렇게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가장 먼저 무분별한 지출이 사라졌습니다. 어디에 사용하는지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막상 매번 아빠가 살펴본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깊이 생각을 하고 지출을 하는 것 같더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기에는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을 것 같더군요. 실제 잔액과 기입장의 잔액이 다를 경우, 용돈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스스로 장부(?)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요.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씀씀이가 많이 줄었다는 겁니다. 무분별한 지출이 없다보니 항상 잔액이 넉넉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모에서 따로 타서 써야하는 학용품 구입비조차도 자기의 용돈에서 지출하는 것을 볼 수가 있더군요. 쌓여가는 용돈을 보며 경쟁 심리도 자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방법을 달리하여 아이들의 씀씀이 하나 바꿨다고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돈의 가치와 합리적인 소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았던 아이들에겐 더 없이 좋은 효과를 주는 계기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시지요.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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