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수제비, 다시 가고픈 대통령의 맛집
“오사리멸치로 우러낸 깊은 육수가 인상적인 곳”
얼마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인근에 있는 일반음식점인 삼청동수제비를 깜짝 방문했지요. 점심식사를 위해 예고도 없이 수행원들과 함께 방문했던 것인데요, 삼청동수제비 식당은 이번처럼 과거의 대통령들도 가끔 찾던 식당이고, 실제로 삼청동수제비 내부에는 대통령들이 다녀갔던 흔적들이 있답니다.
삼청동수제비는 예전에 가족들과 함께 다녀온 적이 있는데요, 진하게 우러나온 멸치 육수에 부드럽고 쫄깃한 수제비가 아주 인상적이었던 곳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다녀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다시 금 생각나게 하는 잊혀 지지 않는 맛이었습니다. 그때를 회상하며 당시에 찍었던 사진들을 들춰봅니다.
허름한 주택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삼청동수제비, 지금도 하나도 변한 것이 없지만 딱 하나 변한 것이 있습니다. 눈치 빠르신 분들은 아실 텐데요, 삼청동수제비 간판 왼쪽에 ‘SINCE 1982’ 마크가 사진에는 오렌지색인데요, 지금은 파란색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정권이 바뀜에 따라 정권을 상징하는 색상으로 재치 있게 바꿔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장사 잘 하시네요^^
1982년에 처음 문을 열었으니 무려 35년간을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오고 있네요. 정권이 바뀌면서 청와대 방문도 참 쉬워졌습니다. 인근에 청와대가 있기 때문에 청와대 방문했다가 한번쯤 들러보면 진짜 좋을 만한 음식점입니다.
북촌한옥마을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혼잡한듯하면서도 질서정연하고 길가에 줄지어 늘어선 수많은 카페들과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이 유난히 여유로워 보였던 곳이었답니다. 꽤나 분위기 있어 보이는 이 골목에 들어선 이유는 북촌한옥마을로 가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우선은 소문난 삼청동 수제비를 맛보기 위함이었답니다. 방송에서 살아있는 수제비의 전설로 소개한 곳이기도 합니다.
입구에 다다른 시간은 정확히 오후3시50분,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선 삼청동수제비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입니다. 빼곡히 사람들로 가득입니다. 기다려야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찰나 다행히도 한 테이블에서 일어서는 모습이 보입니다. 운이 좋게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무슨 사람들이 이리도 많단 말입니까. 아차, 그러고 보니 토요일이었습니다.
이미 광장시장에서 맛있는 걸 먹고 이동한터라 그리 배가 고픈 줄은 모르겠는데, 지금 먹어보지 않으면 언제 또 먹어보겠습니까. 어른 셋에 애가 둘, 삼청동수제비 3인분에 감자전이 맛있다고 하여 감자전도 하나 시켰습니다.
앞으로 한옥마을을 거쳐 인사동까지 걸어가야 합니다. 우선은 배가 불러야 걷는 것도 힘들지 않습니다..;;
자리에 앉아 주방 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와~직원이 대체 몇 명이란 말입니까.
홀에서 서빙하는 직원들,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사장님, 주방 안에서는 정신없이 수제비를 끊어내는 모습, 가만 보니 주방 너머로 우리가 앉았던 홀보다 더 넓은 홀이 또 하나 있는 것이 보입니다.
주방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으로 서빙을 하는 구조였습니다. 넌지시 물어보니 두 개의 홀을 합해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장장 2백 명이라 합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조그마한 분식집처럼 보였는데, 안에서 본 규모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기다리는 사이, 탁자 위를 보니 두 가지의 김치가 용기에 들어있어 셀프로 떠먹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하나는 열무와 배추를 섞어 만든 김치였고 하나는 배추김치, 특히 배추김치가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나더군요.
잠시 후, 감자전이 먼저 나옵니다.
입가심으로 먹어 보자 했던 거라 크게 기대는 안했지만 금방 부쳐내서 그런지 아삭하면서도 고소했지만 어디에서나 먹어볼 수 있었던 평범한 맛, 오히려 간장소스의 시큼한 맛이 다 강했던 듯....
조금 있으니 바로 우리가 기다리던 수제비가 나옵니다. 커다란 항아리에 듬뿍 담겨져 나온 것을 보니 정말 먹음직스럽습니다. 이게 3인분입니다.
그릇에 알맞게 덜어 먹으면 되는데, 먼저 수저로 국물 맛을 보니....캬~~~~!어디서 이런 맛이 나오는 걸까요. 오사리멸치와 바지락을 넣어 맛을 낸 국물이라 하더군요.
수제비는 매콤하게 먹는 것이 제 맛이지요. 애들은 매운 걸 싫어하니, 고추양념은 따로 쳐서 먹어야 할듯합니다.
이곳의 항아리수제비는 멸치에서 우려낸 구수한 육수에 바지락으로 맛을 또 내고, 갖은 양념을 얹어놓아 수제비에서 독특한 바다 향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더할 나위 없이 쫄깃한 수제비, 맛을 아는지 모르는지, 애들도 이런 수제비 처음 먹어 본다며 아주 환장을 하더군요....
35년의 역사, 지나간 세월만 보더라도 수제비 하나에 장인정신이 묻어날 만도 합니다.
처음에는 7평 남짓의 분식점으로 시작을 해서 지금은 서울시내 항아리 수제비의 원조로까지 성장한 수제비 대표 맛집이었네요.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102번지 (T.02-735-2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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