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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굶어 죽어도 금을 팔 수 없다는 아내

by 광제 2009.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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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 죽어도 금을 팔 수 없다는 아내

이번 달에도 직장에서는 봉급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경영난 때문에 불가피하게 미룬다는 공고문이 대문짝만하게 또 붙었습니다.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제때에 봉급이 나오지 않는 빈도가 점점 심해집니다. 직원들 봉급 주기조차도 버거울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회사가 주변에도 정말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받는 봉급이 생활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샐러리맨들에게 봉급이 안 나온다면 그 타격은 말도 못합니다.

한달을 뒤로 미뤄 한꺼번에 나와 주기라면 한다면 그나마 안심이 됩니다. 그런데, 그것도 지속적이다 보니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러다가 무슨 일 나는 것은 아닌지, 늘 걱정이 앞섭니다. 봉급에 의해 고정적으로 지출을 해야 하는 집에서도 봉급이 미뤄지는 날이면 아내의 걱정도 깊어만 갑니다. 그렇지만 아내는 겉으로 들어 내 놓고 푸념을 하지는 않습니다. 비록 봉급이 제때에 나오지는 않지만 직장이 있는 것만으로도 안도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인 분위기 자체가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내에게 면목 없는 전화를 또 한번 해야 합니다. 이번 달도 힘들겠다고 말입니다. 전화를 받는 아내의 목소리에서 조그만 한숨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전화를 끊고 난 후 잠시 후 다시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거 처분하자.”

“뭐?”

“그거 있잖아! 어머니가 주신 거!”

“안돼!, 절대로, 굶어죽어도 이건 안돼!”

요즘 금값이 말도 못하게 뛰어 올랐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집에 보관중인 “금”을 팔아서 조금이라도 집안경제에 보탬이 되게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런 나의 의견에 아내는 단호하게 거절하였습니다.

5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몇 개월 전에 큰며느리의 아내를 불러 앉혀 놓고 지니고 계셨던 금붙이들을 모아놓고는 “이사람 저사람 알면 하찮은 것 같고도 다툴 수 있으니 아무도 모르게 혼자 갖고 있다가 어려울 때 요긴하게 쓰거라.” 라고 하시면서 아내에게 건네주셨던 것입니다. 건네주신 금붙이는 비록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평소에 아끼시던 목걸이와 반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아내는 받지 않겠다고 극구 만류를 했지만 어머니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받아 든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저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잘 보관했다가 당신 며느리 들어오면 줘야지.”하면서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집안 살림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그냥 눈 딱 감고 처분하고, 며느리 들어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그때 가서 장만해주던지, 아니면 쓰던 거 정성스럽게 건네주던지 하면 될 것 아니냐고, 했지만 어머니 손때 묻은 것을 소중하게 전해주는 것 하고, 새로 장만한 것 전해주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꺼내놓을 생각을 안 합니다. 그러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자고 간신히 빌렸습니다. 이제는 다음달에 라도 봉급이 나와 주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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