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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처가와 뒷간, 진짜 멀리 있으면 좋을까?

by 광제 2009.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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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와 뒷간, 진짜 멀리 있으면 좋을까?


여자에게 있어 친정은 정신적 안식처


결혼한 여자에게 있어 친정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기혼여성 앞에서 ‘친정’이란 말을 꺼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엄마’ 떠올릴 것 같습니다. 바로 친정엄마인 것이죠. 예로부터 사랑하는 딸이 시집을 가게 되면 딸에게 “여자는 출가하면 외인이다. 죽어도 그 집에서 귀신이 되거라.” 라고 극단적인 당부를 한 것만 보더라도 앞으로 시댁에서 살아가야할 딸의 고충을 알고 있기에, 또한 시집살이를 하면서 자신을 떠나보낸 엄마의 애틋한 마음을 이제는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기에, 같은 전철을 밟으며 살아가야 하는 여자들만의 애환을 품고 애절한 그리움으로 엄마를 떠올리는 것일 겁니다.


옛말에 보면 뒷간과 처가는 멀리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두 가지의 예, 모두 지금과는 동떨어진 얘기지만, 뒷간만보더라도 항상 배설물이 고여 있고 냄새가 진동을 하여 곁에만 가더라도 코를 막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더러운 곳 중 하나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요즘의 방이나 식탁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깨끗한 화장실과는 너무나 차원이 달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뒷간은 악취의 반경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에 떨어져 있으면 금상첨화였습니다. 실제로 옛날 집을 보면 집터 가운데 가장 외진 곳에 뒷간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모녀간에 뜨거운 정을 보여준 드라마(탐나는도다)의 한 장면


그런데 이렇게 멀리 있으면 좋은 뒷간과 처가. 여기서 말하는 속담의 속뜻은 ‘너무 친근하면 곤란할 때 비유’하는 속담이지만 하필이면 처가와 뒷간을 같이 놓고 봤을까요? ‘처가’ 아내의 본집을 두고 남편들이 부르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속담은 남자들에 의해서 만들어 졌고, 남자들 중심으로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보여 집니다. 처가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사돈끼리 이웃해 있다는 것인데, 시집살이를 하는 딸로 인하여 이런저런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사사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으로 보여 집니다.


뒷간의 경우와 같이하여 처가의 경우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핵가족이 일반화 되어 있고 모두가 바쁘게 살다보니 오히려 처가도 가까이 있었으면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변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결혼을 하면서 분가를 하는 가정이 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한 시대가 바뀌면서 시댁의 부모들도 며느리의 인격을 많이 존중해주고 사돈댁에 대한 배려 또한 예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아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남자가 말하는 처가, 여자에게는 친정인데, 아내들이 생각하는 친정에 대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글쓴이도 최소 한달에 두세 번은 애들을 데리고 처가를 다녀오기도 합니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처가에서 보는 아내에게는 완전 다른 사람으로 변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집에서는 한남자의 아내로, 두자녀의 어머니로, 때로는 애교도 부려야 하고, 때로는 회초리를 집어 든 무서운 모습도 보여야 하지만 친정에서의 아내는 평소의 아내가 아닙니다.


친정으로 들어서면 가장먼저 하는 일이 방바닥에 허리를 펴고 드러눕고는 “아~!좋다~” 하면서 기지개를 시원스럽게 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밥상도 친정엄마가 차려 주기를 바랍니다. 아내는 친정에서 어린시절에 이집안의 딸로서 누렸던 행복을 잠시나마 찾고 싶은 것인지 모릅니다.  한 가정을 이끌어가야 하는 아내의 자리와 귀여움을 받는 딸의 자리가 이처럼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것입니다. 늘 반복된 생활에 지쳐있고 정신적으로 긴장해야 했던 평소의 생활에서 벗어나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아내에게는 유일한 친정이라는 곳이며, 친정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몰아 쉰 한숨을 살며시 내려놓게 되는 이유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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