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아들의 아빠 따라하기, 그 후
-아빠 로숀을 쓰다가 깨뜨린 호기심 많은 아들-
“퍽!” “악~” 출근준비를 하는 아침시간, 욕실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옵니다. 욕실 안에는 등교를 준비하는 4학년 아들 녀석이 세수를 하러 들어간 상태입니다. 순간, 반사적으로 뛰어 들어간 욕실의 세면대 밑에는 유리파편이 이리저리 튕겨져 있고 아들 녀석은 굳은 모습을 하고 얼굴이 상기된 채 서 있습니다.
“움직이지마!” 신고 있는 슬리퍼 주변으로는 조그마한 유리 파편들이 널려있었기에 자칫하면 큰 상처를 입을 것이기 때문에 침착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고 우선 아들 녀석을 안아 들어내고는 깨진 유리조각들을 살폈습니다. 가만 보니 깨진 유리는 아빠인 제가 쓰는 스킨로숀이었습니다.
깨진 로숀병이야 그렇다 치고 아무 일 없었기에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아들 녀석의 얼굴을 보니 얼마나 놀랬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조심히 물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어?” 이 녀석은 잠시 망설이더니 “아빠 화장품 한번 써 보려다가 그만...” 얘기를 들어보니 로숀을 바르고 나서 뚜껑을 닫는 과정에서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로숀병이 박살난 것이었습니다. 로숀은 그동안 쓰던 것이 다 떨어져 어제 사다 논 새것이었습니다.
“다치지 않았기에 다행이네, 괜찮으니 어서 학교가라.”며 소동 때문에 늦어 버린 등교를 서둘렀습니다. 녀석을 보내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전날 저녁 새 로숀의 포장을 뜯으면서 뚜껑을 열어 향을 맡아봤던 것이 기억납니다. 이때 녀석이 “아빠! 향기가 좋아?” “이건 왜 바르는데?” “어떻게 바르는 건데?” 하면서 꼬치꼬치 캐물었던 것입니다. 한참 호기심이 발동할 나이라 묻는 대로 대답을 해줬었는데, 녀석이 결국 몸소 실천(?)을 하다가 사고를 친 것입니다.
그런데 녀석이 아빠 흉내를 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살다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며칠 전에는 “별걸 다 따라한다.”며 엄마에게 혼나는 모습까지 목격하였습니다. 출근하기위해 티셔츠를 목으로 껴입으면서 머리가 헝클어지는 것이 염려되어 조심스레 입는 것으로 보고는 녀석이 똑 같이 따라하다가 목 부분이 늘어나는 티셔츠를 보고 속상한 아내가 녀석에게 야단을 친 것입니다.
아들 녀석들은 아빠의 평상시 모습을 유심히 봐뒀다가 따라하며 배우는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특히 호기심이 많을 나이에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 문득 저도 어린시절에 아버지의 모습을 따라 해봤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오마이뉴스 이미지
하지만 한번 먹어 본 막걸리의 맛에 빠져들기 시작한 저는 계속 이어진 심부름에 처음에는 한 모금으로 시작한 것이 날이 갈수록 그 양은 조금씩 늘어, 나중에는 가게에서 집에까지 가는 도중에 계속하여 꼴짝 꼴짝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아버지께서는 전혀 눈치를 못 채신 것입니다.
아버지 몰래 막걸리를 훔쳐(?)먹던 아들은 이제 그때와 같은 또래의 아들을 둔 아버지로 바뀌었습니다. 나의 행동하나하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녀석이 생긴 것입니다. 어린나이의 아들의 눈에 비춰지는 아버지의 모습은 단순 호기심을 떠나 교과서적인 모습으로 전해지기도 할 것입니다. 집안에서의 행동 하나하나, 운전 중 교통법규 준수, 아들 녀석의 눈이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명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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