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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딸애의 기교에 들통 난 산타할아버지의 꿈

by 광제 2009.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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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애의 기교에 들통 난 산타할아버지의 꿈

며칠 전부터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애의 관심사는 온통 크리스마스입니다. 바로 선물 때문인데요, 산타할아버지가 굴뚝을 타고 들어와 머리맡에 선물을 놓고 간다는 사실이 이제는 동화속의 전설이 되어 버린 지 오래입니다. 유치원 시절까지는 마지못해(?) 믿는듯하더니, 이제는 은근히 인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이틀 전에는 아빠인 저에게 대뜸
"아빠! 갖고 싶은 선물이 있는데 어떡해? 사줄거야?"

"아니 그걸 나한테 얘기하면 어떡하냐? 산타할아버지께 말씀드려야지..."

"이긍 아빠도..참...만나지도 못하는 산타할아버지께 어떻게 말씀드려?"<<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에...그건 말야...일기장에다가 갖고 싶은 선물을 적어두면 산타할아버지가 갖다 주실지 모를거야.."

"음....그럼 일기장에 적으란 말이지?"

그런데 요녀석이 가만히 보니 아빠의 머리위에서 노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아빠가 하는 산타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얼굴표정에는 <<"아빠 나 다 알고 있는데...">>라는 능청스런 속내를 잔뜩 품고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어제 아침에는 가방을 메고 등교를 하면서 하는 말,
"아빠~! 일기장에 적어 놨다..."

"어~~! 그래 알았다...."


아무 생각 없이 내 뱉은 대답, 내가 무슨 대답을 했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딸애가 밖으로 나가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듭니다. 아~이런 제대로 당했습니다. '일기장에 적어 놓은 걸 왜 나한테 얘기해? 그리고 알았다고 대답하는 건 또 뭐래?' 아침부터 머릿속이 혼란해지기 시작합니다. 아빠 스스로 산타의 존재를 애써 설명해놓고는 딸애의 말 한마디에 그대로 인정한 꼴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 딸애의 일기장을 들춰보니 갖고 싶은 것도 정말 많습니다. 인형에서부터 시작하여 웬 스티커 종류는 이리도 많은지...아내와 상의를 하고는 이왕이면 기분 좋게 사주는 게 낫겠다 싶어, 시내에 나가 초등 4학년인 아들 녀석에게 줄 선물과 함께 딸애의 적어 놓은 선물을 정성스럽게 포장을 하여 준비를 하였습니다. 끝까지 산타의 존재를 부각시켜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없이 말입니다. 녀석들이 잠이 들면 머리맡에 놓아둬야지 하고 마련한 선물꾸러미는 문갑 속 안 보이는 곳에 숨겨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도 저녁이 되어서는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말았습니다. "오빠~! 따라와 봐! 가르켜줄게 있어.." 라며 오빠의 손을 끌고는 자기들 방으로 들어갑니다. 녀석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니 어이없게도 문갑 속에 숨겨진 선물의 존재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겁니다.

아니 이런 여우같은 경우가 다 있단 말입니까. 딸애가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선물 목록을 일기장에 적어 뒀다는 말은 결국, 철저하게 산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아빠와 엄마가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신다.'며 애써 그 존재를 부각시키려고 했지만, 겉으로는 그럴싸하게 받아드리는 척 하면서도 정작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일년 전 까지만 해도 통한 것(?) 같았던 산타할아버지의 꿈, 훌쩍 커버린 애들에게는 정말 동화속이야기기 되어 버린듯합니다. 내년에는 뭐라고 해야 할지 벌써 걱정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세상과만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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