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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할머니와 외손자 사이, 왜 이리 각별할까?

by 광제 2010.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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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외손주를 유난히 사랑하는 이유

"바꿔라~!"
전화를 받자마자 저음 톤의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를 가진 장인어른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옵니다. 일 년 365일,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전화벨이 울리는데, 백발백중 장인어른 아니면 장모님의 전화입니다. 외손주 목소리를 듣고 싶으니 외손주 둘 중에 아무라도 좋으니 바꾸라는 소리입니다.

전화를 바꿔주면 하시는 말씀도 늘 거기서 거기입니다. '하루는 뭐하면서 지냈니?' 에서 시작하여 '반찬은 뭘 먹었니?' 등등 10여분 이상을 외손주와 시시콜콜(?)한 얘기를 마치고 나면 다음에는 장모님이 바톤을 이어받습니다. 그러기를 다시 10여분, 장모님 또한 별다른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후에 사위와 딸은 안중에도 없듯이 전화를 끊습니다.

이렇게 외손주들의 목소리만 들어도 행복해 하시는 장인장모님, 행여나 외손주들이 집에 없어 전화를 못 받을 상황이면 실망하는 표정이 목소리에서 여실히 느껴지기도 합니다. 간혹 외출을 하여 집을 비워 전화를 받지 못하게 되면 노심초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휴대폰으로 걸려온 전화의 목소리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장인장모님의 외손주 사랑은 처갓댁을 찾아갈 때 가장 최고조에 달합니다. 갈 때마다 항상 전화를 미리 드리고 가야하는데, 이유는 장인어른의 엄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외출을 하지 않고 기다린다는 이유 때문인데, 가는 날마다 차가운 날씨에도 집밖에 나와서 먼발치에서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손꼽아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제 칠순을 넘기신 두 분이 외손주들이라면 이렇게까지 껌벅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이해할 수 없는 두 분의 외손주 사랑, 이에 못지않게 우리 애들의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도 정말 남다릅니다. 외가에 들어서자마자 줄곧 두 분의 무릎에서 떠날 줄 모릅니다. 온갖 재롱을 타 피우는 광경을 보다보면 은근히 질투가 나기도합니다.

어떤 이들은 애들이 할머니 댁에 가기를 싫어한다던지, 또는 가더라도 냄새가 난다며 곁에조차 안 가려고 해서 문제라며 어른들 뵐 면목이 없다고 난처해 하지만, 우리 애들은 최소한 그러한 걱정은 없습니다. 오히려 잠을 잘 때도 꼭 할아버지나 할머니 품에서만 자려고하니 그런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는 사위로서는 늘 흐뭇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언제나 당신들의 품에서 놀기를 좋아하고 엄마아빠보다 더 당신들을 잘 따른다 하여 유난히 외손주들을 아끼는 것이라 보지는 않습니다. 외손주 못지않게 친손주 또한 잘 따르지만 이처럼 애틋한 사랑을 쏟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왜 그런지 아내에게 이유를 물어봐도 속 시원한 대답은 나오질 않습니다.

실제로 장인장모님의 나이가 되어보고 딸을 시집보내 보면 그때 가서 그 깊은 뜻을 알겠지만 지금 바로 이유를 들춰내자면 딸을 출가시킬 때의 부모마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들을 장가보낼 때는 덤덤했던 두 분께서 사랑하는 딸을 시집보내는 자리에서는 연신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던 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시집보내기 전, 어쩌다 섭섭한 일이라도 생기면 '너도 시집가서 애를 낳아보면 엄마 마음을 알거야..' 라고 말하던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딸을 시집보내는 날, 사위를 맞이하는 기쁨보다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아쉬움의 뜨거운 눈물을 흘릴 때 느꼈던 애잔한 정이 외손주들에게 미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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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여 년 전, 외할머니 댁에서 늘 살다시피 하면서 사랑을 독차지 했을 때에도 몰랐던 애틋한 정을 성인이 된 지금도 그 깊은 뜻은 알 길이 없습니다. 아마도 딸애를 키워 시집보낼 때 쯤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세상과만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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