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실려 간 아빠에게 딸이 보낸 문자
얼마 전 귓속의 평형기관에 이상이 생겨 3일 동안 통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처음 겪어 보는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비몽사몽에 온갖 걱정을 다하며 병원을 찾았는데, 다행히도 걱정할 정도의 큰 병은 아니어서 한시름 놓았지만 한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의 입장에서 정말 아프면 안 되겠다는 사실을 실감한 큰 경험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절실히 느꼈던 부분은 가족들이 생각하는 남편과 아버지란 자리에 대해서입니다. 아들 녀석에게 물었던 '아빠가 없으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빠가 없으면 돈은 누가 벌어올까?'라고 아주 현실(?)적으로 대답을 하여 듣기 좋은 대답을 바랬던 아빠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포스팅 내용보기>>
더욱이 당황했던 나 자신보다 '자녀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치고 가족에게 구성원 하나하나가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를 평소에 잘 가르쳐야 한다.'는 댓글의 일부 내용을 보고 애들에게 올바른 감성을 심어 준다는 것이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기도 하였습니다. 가족들과의 대화시간도 이 사건 후 부쩍 늘었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떠나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 그동안 대화가 정말 부족했었던 것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실히 느낀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아들과 딸의 차이점입니다. 대부분의 아들들이 세심함이 부족하고 무뚝뚝하여 마음속의 얘기를 끄집어내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딸애는 가끔 직설적인 애교로 아빠나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기 일쑤입니다.
"아빠~! 내가 보낸 문자 못 본거야?"
"웬 문자? 문자온 게 없는데..뭘 보냈는데?"
"아빠가 병원에 갔을 때, 엄마전화로 보냈는데...."
"그래??"
제가 병원으로 급히 가면서 그만 전화를 놓고 가는 바람에 엄마의 휴대폰으로 문자메세지를 보낸 사실이 있는데, 아내가 혼자만 보고는 경황이 없어 아빠인 제게 보여주지 못하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며칠 전에야 대화도중 그 사실을 안 것입니다. 아내가 그 문자를 지우지 않고 있어서 늦게나마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병원에 간 아빠가 올 때까지 밥도 먹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딸애의 문자, 며칠이 지난 지금에야 봐도 갸륵하고 기특한 딸애의 심성의 그대로 담겨 있었는데요, 아마도 당시에 병원에 있을 때, 이 문자를 봤다면 눈물을 쏟아 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래서 자식 키우는 재미는 딸이 최고라는 소리를 하나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세상과만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갓난아기 안아들고 울어 버린 이유 (18) | 2010.01.30 |
---|---|
양말 한 켤레면 충분했던 아버지의 사연 (23) | 2010.01.29 |
금연 성공하게 만든 아내의 충격요법? (57) | 2010.01.22 |
할머니와 외손자 사이, 왜 이리 각별할까? (35) | 2010.01.18 |
빵 터진 딸애의 반성문, 할 말 잃은 아내 (119) | 2010.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