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 안아들고 엉엉 울어 버린 이유
-얼마나 기뻤으면-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짤막한 내용의 문자가 하나 날라들었습니다. 보낸 이는 다름 아닌 1년 전에 결혼해 신혼의 생활을 보내고 있는 직장 후배입니다. 와이프가 임신을 하여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마침내 출산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문자를 수신한 직원들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에게 ‘아빠가 됐다.’는 문자를 동시에 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나 기뻤으면 100명에 가까운 대부분의 직원들에게 보냈을까요? 그런데 문자를 너무 간략하게 보내는 바람에 아들인지 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초보아빠의 감격적인 순간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이 문자에 담겨 있는 것으로 보아 아들일 것 같은 직감이 듭니다. 하긴 요즘에는 아들, 딸, 개의치 않는 분들이 많으니 행여 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나마나 여기저기서 축하의 인사를 받고 있겠구나 싶어 잠시 짬을 내어 전화를 해보니 역시 통화중입니다. 어렵게 연결된 후배는 전화기에서 들리는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많이 흥분되어 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짜아식~! 축하한다. 이눔아~!"
"아이쿠 고맙습니다.."
"아들이야? 딸이야?"
"아들입니다..."
"그래.. 몇 시에 낳았는데?"
"5시에 낳았는데요,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던지, 목 놓아 엉~엉~ 울었습니다."
5시에 낳고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문자메세지를 돌리 것이었는데, 얼마나 기뻣으면 후배는 분만실에서 핏덩이 아들을 안고는 자기도 모르게 쏟아지는 눈물에 소리 내어 울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소리가 컸는지 밖에 있던 사람들의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기까지 했으니 말만 들어도 상황이 머릿속에서 그려집니다.
-탯줄을 직접 끊어 본 초보아빠, 쏟아진 눈물
갓난아기를 안아든 아빠가 소리 내어 우는 경우는 흔한 경우가 아니라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더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진통이 시작되자마자 분만실로 들어간 후배는 와이프가 온통 땀범벅에 모진 애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곁에서 직접 지켜봤다고 합니다. 얘기를 듣다보니 요즘에는 보호자가 분만실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냥 기분이 묘하다는 것만 느꼈는데, 아가의 탯줄을 가위로 직접 자르고 나니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 하더랍니다. 나중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격까지 가슴 위로 치고 오르는데, 소리를 내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더랍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받아 든 자신의 피붙이 앞에서 오열하듯 감격을 토해낸 후배의 초보아빠로서의 첫날, 13년 전에 그 황홀했던 기분을 똑 같이 느꼈었던 저는 충분히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지금도 태아감별이 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뱃속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것은 불법이라 직접적으로 알려주진 않았지만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뭔가 달려있다.’ 는 의사의 말을 듣고는 밤잠을 설치면서 흥분했던 기억이 납니다.
초음파 사진만 보고도 감격에 겨웠었는데, 실제로 눈앞에서 사랑하는 아내가 눈물범벅이 되어 산통을 겪는 모습과 자신의 피붙이가 이 세상에 처음으로 태어나고, 또한 탯줄까지 직접 잘랐다고 하니 예전의 그 감격과는 비교조차 되자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빠로서의 의무와 책임감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을 겁니다. 산모의 빠른 회복과 아기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멋진 가정 이루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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