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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길에서 잠자는 취객, 집에 가라고 깨워줬더니

by 광제 2010.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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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이 아주 많이 찾는다는 시내의 어느 골목입니다. 이른 아침 일본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일본어로 무엇인가 중얼거리면서 시선을 두고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술에 취한 채 노상에서 잠을 자고 있는 취객이 모습이 보입니다. 간밤에 어지간히 드신 모양입니다.

월드컵 시즌이라 밤새 축구중계를 보면서 음주를 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하지만 도로 위, 그것도 인도가 아닌 차도위에서 잠들어 있는 광경이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볼썽사나운 광경을 뒤로하고 한참을 가다가 생각해 보니, 저 상태로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이미 날이 밝은지는 한참이 지났고, 곧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뉘 집 가장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저런 모습을 보고 기분이 상쾌할 리는 없습니다.

더욱이 잠들어 있는 방향이 차도 쪽입니다. 행여 지나가는 차량에 치이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괜한 일에 오지랖 넓다는 소릴 여러 번 들어왔던 차에 신경 끄고 그냥 가려고 했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갈수가 없습니다. 깨워서 집으로 보내야할 것 같습니다.
 

가던 길을 돌아서 취객의 앞으로 다가가보니 얼마나 많이 드셨는지 술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아니, 아직도 덜 드신 모양입니다. 손에는 술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종이컵까지 들려있는 채로 잠들어 있습니다.

어깨를 흔들어 깨워봤습니다.

"아저씨! 일어나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괜히 참견한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바람에 조금은 낯 뜨겁긴 해도 이왕 시작한일 끝을 봐야했습니다. 몇 번을 신음소리만 반복을 하더니, 드디어 깨는듯했습니다.

"아저씨~! 집에 가서 주무셔야죠..찻길이라 위험합니다.."

"으~~응~~! 추~~~워~~~"

인사불성에 오로지 춥다는 소리만을 반복합니다. 112에 신고를 해야 하나? 어떡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몇 번을 더 깨워봐야겠다 싶어, 어깨에 손을 갖다 대는 순간, 퍽! 하니 발길질이 날라듭니다. 취객이 내지른 발길에 정강이를 맞은 것입니다.

"왜 깨우고 지랄이야~~~!!"

이런...얼떨결에 차인 정강이, 취객이다 보니 그리 아프지는 않았지만 기분은 좋을 리 없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누워있던 취객이 벌떡 일어섭니다. 몸은 잘 가누지를 못했지만, 어렵게 정신을 차리는 듯 보입니다. 그리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어디론가 걸어갑니다. 곧잘 걸어갑니다. 저 사람이 조금 전, 그 취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정신을 차릴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길바닥에 자고 있었다? 아니면 이미 술에 깨일 정도로 오랜 시간 이곳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벌떡 일어나 귀가를 할 것이지,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바닥에서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세상 살아가면서 술만 한 벗이 없다는 소리를 간혹 듣곤 하지만 이런 황당한 광경 볼 때마다 벗이 아니고 웬수인 듯싶습니다. 가족을 위해서라고...적당히 드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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