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보험이니 아내에게 묻지도 말고 가입해라?
최근 모 포털이라는 이름으로 뮤직이용권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전화를 받으신 분 계신지요. 뜬금없이 걸려온 전화, 계정은 살아있지만 거의 이용을 하지 않는 포털이었습니다. 뮤직이용권을 무료로 제공할테니 보험 상담을 받아 보라는 내용이었죠. 물론 상담만 받고 가입은 하지 않아도 좋다는 내용입니다.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립니다. "오잇! 무료라고? 까짓 상담한번 받아주지 뭐~" 이렇게 해서 그러겠노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상담전화는 나중에 걸려갈 것이라는 안내와 함께...
그런데 전화를 끊고 보니 내가 참 한심한 생각이 드는 겁니다. 잠자고 있는 포털계정에다가 이용도 하지 않을 뮤직이용권, 필요도 없는 건데, 귀신이 씌었는지, 마가 끼었는지, 험한 꼴을 당하려고 그랬나봅니다.
결국에는 며칠이 지난 후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당연히 모 포털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더군요. 애초에 상담을 받겠노라고 했던 상황이라 이미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 보입니다. 살아오면서 보험회사의 상담을 수도 없이 받아왔지만 그때마다 큰소리(?)치면서 상담을 거부했던 때와는 완전 상황이 다릅니다. 그저 대단한 상술이다 라고 혀를 찰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포털의 이름을 내세웠지만 상담원은 모 생명보험의 직원으로 보입니다. 아리따운 여자의 목소리로 장황한 보험설명이 이어집니다. 경험해 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귀에 들어오는 내용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루한 시간만 채깍 채깍 흘러가고 있었지요. 머릿속에는 어떻게 이 상황을 빠져나갈까를 궁리하고만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는 사이 무려 15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기요...내용 잘 들었구요. 잘 생각해 볼게요..."
"지금 결정해 주시면 안돼요?"
"지금 당장 가부를 결정하라구요? 물론 안 되죠.. 아내와 의논도 해야 하고....."
"에고, 겨우 월2만 원짜리 보험인데 아내 분 허락을 받아야 해요?"
"겨우 2만원이라니요?"
가뜩이나 반전 모색을 궁리하고 있던 차에 겨우 핑계라고 생각해 낸 것이 아내와의 의논인데, 거기에 2만원을 우습게 보는 얘기를 듣고 보니 슬슬 열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2만원이라는 금액도 금액이지만 무엇보다도 여자에게 잡혀 산다는 듯한 뉘앙스의 어투는 정말 참기 힘든 모욕이었습니다.
아주 교묘하게 상대를 자극하기 위한 상술로 느껴졌지만 문제는 결코 크게 화를 낼 수 없었던 내처지입니다. 포털 상담원과 애초에 이런 약속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모욕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정말 당시엔 귀신이 단단히 씌었었나 봅니다. 후회해도 이제는 너무 늦어 버린 것이지요. 결국에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서야 장시간의 통화를 끝냈지만 뒤끝은 여전히 개운치 못합니다.
당장 가부를 결정하라는 부분도 그렇고, 2만원을 업신여기는 상담원의 마인드도 맘에 안 들고, 상대방의 심성을 교묘히 자극하여 가입을 유도하려는 수법 또한 너무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보험사의 상담원 교육이 이정도 밖에 안 되는구나 새삼 느꼈던 사건이네요.
그나저나 정말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홍수처럼 계속되고 가입유도 전화, 실제로 통화로만 내용을 듣고도 가입하는 경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보험에 가입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약관 등 꼼꼼하게 서류를 살펴보고 가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참, 그리고 포털에서 무료로 제공하겠다던 뮤직이용권(?), 아주 오랜만이지만 혹시 들어왔나 싶어 접속을 해보니, 이런 개미 한 마리 다녀간 흔적이 없네요. 포털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보험가입자를 늘려보려는 술수가 분명해 보입니다. 행여 비슷한 전화 받으시는 분들 과감하게 거부하시길 당부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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