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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도로위에 떨어진 무, 아내에게 주워다 줬더니

by 광제 2010.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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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 주은 무 박스, 아내에게 줬더니 이 후 확 달라진 반찬
 

무를 싣고 이동하던 채소트럭에서 굴러 떨어졌나 봅니다. 차량들이 질주하는 도로위에 무  박스가 무려 세 개나 널 부러져 있었지요. 트럭이 서행을 하던 중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트럭에서 굴러 떨어진 것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무의 상태가 깨끗했습니다.

20여일 전, 지인들과 한라산엘 다녀오는 길이었지요. 막히는 경우가 거의 없는 도로에서 앞서가던 차량들이 갑자기 서고, 비켜가기를 반복합니다. 먼발치서 보니 도로위에 무엇인가 떨어져 있는 것이었지요.

아니, 차량들이 정체를 빚으면서 불편하게 비켜가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그대로 두는 심리들은 무엇일까. 도로위에 떨어진 물건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일단 정체 해소를 위해서라도 치워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차를 길옆으로 대고는 도로위에 떨어진 물건을 치우려고 다가갔습니다. 종이 박스인데 무려 세 개나 널 부러져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물건의 정체는 다름 아닌 무였습니다. 채소운반 트럭에서 굴러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충격이 없었는지 상태도 모두 깨끗합니다.

당시만 해도 채소의 가격이 고가를 유지하던 때였습니다. 그냥 길옆으로 치워두면 버려질 것이 확실하기에 한 개의 무도 남기지 않고 박스에 챙겨 넣고는 지인들의 힘을 빌어 승용차의 트렁크에 실었습니다. 한마디로 횡재를 한 것이지요.

집으로 들어가면서 아내에게는 한라산에서 무를 캐왔다고 너스레를 떨어야 했습니다. 때 아닌 무 풍년에 아내조차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입니다. 양이 너무 많았었거든요. 이 후부터는 사실 아내가 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잘 모릅니다. 대충 눈치를 보니 옆집의 친한 아주머니들도 나눠준 것으로 보입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 하고자 하는 얘기는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남편이 길거리에서 주워온 무로 아내가 가장 먼저 한 요리는 바로 무채입니다. 처음 만들었을 때만 해도 시원하고 아주 맛이 있었지요. 아마 직접 한라산에서 캐온 무라 그런가 봅니다.


무채도 만들어 먹고 이웃들도 나눠주고 해서 그 많던 무는 점점 바닥을 드러내 보였습니다. 얼핏 보니 아내는 다른 종류의 요리도 만들었나봅니다.

그 후, 아내가 새롭게 내어 놓은 요리가 바로 동치미였습니다. 아주 시큼하니 맛이 있다며 식탁에 올려놓은 동치미, 정말 그랬습니다. 맛이 그만이었지요. 주워온 무로 만든 것입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습니다.

바로 어제, 아내가 맛을 보라며 꺼내놓은 깍두기, 만들고 어느 정도 익힌 다음 김치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것이니 맛이 끝내준다며 엄지손가락까지 치켜세우는 아내, 사실 벌겋게 잘 익은 깍두기는 씹히는 맛에서부터 차원이 달랐지요.

그런데 가만 보니 깍두기 맛이 좋다고 감탄만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식탁에 올려진 반찬이 이게 뭡니까. 무채에 동치미에 깍두기에 헐~! 그나마 무와 상관없는 나물무침이라도 한 개 있으니 다행입니다. 계란후라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지금 이거 말고 무로 만든 다른 요리 있어?"

"어...."

"컹...또 있다고?? 뭔데..."

"아직 먹을 때가 안됐어..무말랭이 말리는 중이야~~"

"아~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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