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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가장 곤혹스러운 아침밥을 먹었던 사연

by 광제 2011.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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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이 팥죽을 넉넉하게 쑤는 이유, 의도적?

-또 먹어야 한다고? 황당해!-

동지를 지나야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할 정도로
예로부터 설 다음으로 경사스러운 날이 동지라고 합니다.
하여 붉은 색을 띠고 있는 팥을 이용하여 죽을 쑤어 먹으면
집안의 모든 잡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지요.
그래서 옛날에 어머니께서는 동지만 되면 잊지 않고 팥죽을 쑤어주시곤 하였지요.

지난22일이 바로 동지였습니다.

옛날 같으면 어머니께서 아침 일찍 팥죽을 쑤어 주시려고
전날부터 미리 고운 팥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요즘 주부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으면 깜빡 잊곤 하더군요.

팥죽을 먹어야 하는 날인 건 분명 알고 있었지만
기다리던 팥죽은 아침밥상에 오르지 않았답니다. 

아침상에 오르지 않는 팥죽.
일단은 점심은 집에 없었으니 그렇다 치고 저녁에는 먹을 수 있을 줄 알았지요.
그런데 저녁준비를 하는 주방에선 죽을 쑤는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남들 다 먹는 팥죽, 못 먹고 넘어가면 섭섭하지요. 최소한 맛은 봐야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살짝 눈치를 줬습니다.

"여보~! 오늘 무슨 날인지 알지?"

"엥? 오늘 무슨 날이야??"

"잊고 있었구나...동지잖아~!"

"우악..내 정신 봐라..어제까지는 생각하고 있었는데..깜빡했네..."

마트에 다녀오겠다며 서둘러 집을 나서는 아내.

그럼 그렇지요. 알고 있었는데 깜빡한 게 맞습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팥죽을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알려준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동지 날 저녁은 팥죽으로 한 끼를 해결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주방에서 아침밥 먹자고 부르는 아내.

그런데, 밥상위에 올라 온 음식을 보는 순간...

<이걸 또 먹어?>

허걱~! 팥죽입니다.

"뭐야..또 팥죽이야?"

"그럼...남았는데 먹어야지..."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연타로 팥죽을 먹냐? 해도 너무하네...ㅜ"

그런데 여지까지는 약과였습니다.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놀래지마...더 있어~~!"

"헉....!!"

설마하면서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은 죽통 속을 들여다보니 정말로 죽이 더 있습니다.


<설마하며 들여다 본 죽통, 이게 끝이 아니야~>

"이거 언제다 먹지??"

"버릴 수는 없잖아..내일 아침까지 먹어도 될 거야"

아니, 무슨 팥죽을 이리도 많이 쑤어 놨단 말입니까...ㅜㅜ

끝까지 능청스런 표정을 보이는 아내.

이거 팥죽으로 세 끼를 연속으로 때우게 생겼으니 이런 고욕이 또 어디있단 말입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팥죽 해 달라 말고 그냥 둘 걸,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네요. 밥 안 해도 되는 아내만 은근 좋아하는 눈치입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지금도 남은팥죽으로 끼니 때우는 분은 안계시지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

추천은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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