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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아빠 눈에 비쳤던 미련한 아들의 모습, 대체 왜

by 광제 2012.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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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한 아들, 그리고 한심한 아버지 이야기


점심에 아빠가 먹고 있는 라면이 너무 맛있게 보였나봅니다.

방학을 맞아 하루에 한 시간씩 다니고 있는 어학원, 아빠와 함께 라면을 먹다보니 시간이 촉박해져 버린 것입니다. 동네에 있지만 뛰어가더라도 10분은 족히 걸릴 거리, 평상시 같았으면 천천히 걸아가도 될 곳이었지만 그놈의 라면 때문에 학원에 지각할 판입니다.

승용차를 이용해 태워다 준다 해도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들 녀석과 함께 주차장으로 뛰었지요. 그리고는 학원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허겁지겁 도착한 학원 앞,
하지만 학원의 위치는 도로의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여유로웠다면 조금 더 직진을 하고는 유턴을 하여 학원 앞에 내려줬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직진하여 돌아오는 시간조차도 아껴야 했습니다.

아버지 된 입장에서 지각하는 아들을 보지 않으려면 재빠른 판단을 해야만 할 상황이었습니다. 전방과 후방을 살펴보니 다행히도 단 한 대의 차량도 보이질 않더군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요.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승용차를 세웠습니다.

편도 2차선의 도로라 바로 눈앞에 보이는 학원건물,
도로를 가로질러 뛰어가면 조금이라도 시간이 절약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랍니까.
평소에도 아빠의 의중을 잘 알아차리는 눈치 빠른 녀석이라 당연히 도로를 가로질러 뛰어갈 줄 알았는데, 횡단보도가 있는 쪽으로 뛰어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 저 미련한 녀석"

백미러를 통해 보이는 아들의 모습은 허겁지겁 횡단보로를 향해 뛰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소리였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의 아들, 이렇게 차를 댄 이유까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았어도 눈치껏 알아서 해주길 바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내가 방금 전까지 머릿속에 그렸던 일들로 인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 들키지도 않았는데도 얼마나 창피하고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도 쥐구멍에라도 들어갔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빠랍시고, 때론 어른이랍시고 아이들에게 셀 수도 없이 가르쳐온 것이 정해진 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질서 지키기, 신호등 지키기, 횡단보도건너기 등 기초질서를 비롯하여 그 이상의 것 또한 기회가 될 때마다 가르쳐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급하다는 핑계로 그동안 숱하게 말해왔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의도를 가진 행동을 보였으니 낯이 뜨거울 수밖에요. 그나마 이런 의도가 아들에게는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아니, 100M이상이나 되는 먼 길을 돌아서 뛰어가며 늦게라도 아빠의 의중을 눈치 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정석을 가르칩니다. 그런 가르침을 받은 아이들은 처음에는 모든 어른들이 정석인줄 알고 자라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은 그릇된 어른들을 보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횡단보도를 두고 차도를 건너가길 바랐던 한가지의 사실보다는 무의식중에 행하는 잘못된 행동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 조그마한 사건이었습니다. 아빠의 눈에 비친 미련(?)한 아들, 하지만 그 아들과는 비교조차도 되지 않는 아주 한심한 아빠의 이야기였습니다.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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