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쇼핑 다음으로 집착하는 이상한 취미
살아가면서 부부는 닮는다고 하지만 죽을 때까지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쇼핑입니다. 그나마 카트를 끌고 오붓하게 장보기를 나서는 것은 봐줄만 합니다. TV만 켰다하면 고정시키는 쇼핑채널, 자칫하면 모니터 속으로 들어갈 기세입니다.
문제는 구입하지도 않을 거면서 맹목적으로 쇼핑채널을 즐긴다는 것, 이정도면 취미를 넘어 거의 중독수준입니다. 결혼하여 십 수 년을 같이 살고 있지만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인데, 저의 아내에게는 이에 버금가는 이상한 취미가 한 개가 더 있답니다. 궁금하시지요?
"잠깐만 이리 좀 와 봐...."
옆에 있던 아내가 물끄러미 나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손을 잡아끌며 하는 소리입니다. 또 시작입니다. 시선이 느껴졌을 때 미리 자리를 피했어야 하는데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습니다.
잘 걸렸다~~ 여드름!!
제발 살살해 달라고 애원하는 순간을 딸애가 놓치지 않고 담아냈습니다.
가만있는 남편의 손을 잡아끈 이유, 바로 얼굴에 난 여드름을 짜기 위해서입니다.
얼굴에 난 여드름이나 뾰루지를 짜내는 일, 그것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짠다는 것은 보통 고욕이 아니지요. 어떤 때는 아주 눈물이 핑하고 돌 정도의 아픔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내의 이런 손길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늘 도망 다니기에 바쁩니다.
문제는 도망을 다닌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기필코 짜내야 하겠다는 집요함에 결국은 두 손 들어 항복을 하고야 맙니다. "제발 아프지 않게만 해주라..." 본인이 싫다고 애원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부득 불 여드름을 짜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결혼 초에는 이런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그저 내 남편 피부까지도 극진하게 신경을 쓰는 구나라고 생각을 했었지요. 그런데 해가 갈수록 더해만 가는 아내의 집착을 보니, 이건 뭐 이런 악취미도 세상 없겠다란 겁니다. 그런데 내가 짜면 흉터가 남는데, 아내가 짜주면 흉터가 없다는 것,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매번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피지, 때로는 여드름이 터져 손이 더러워 져도 아랑곳없습니다. 나 같으면 해달라고 얼굴 내밀어도 안할 것 같은데, 싫은 내색 한번 안하고 취미처럼 즐기는 모습을 보니, 아내는 아마도 여기에서 자기만이 성취감과 조그마한 행복을 찾는 것은 아닐 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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