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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남편을 수술실로 들여 보내는 아내의 심정이란

by 광제 201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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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바닥에서 코골며 잠든 아내가 사랑스런 이유

수술실에서 금방 나와서 그런지 뱃가죽이 심하게 땡기면서 통증이 느껴집니다. 진통제를 맞고 나서야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를 자고난 뒤 깬 것일까. 시끄러워서 깬 것은 아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코로롱 거리는 콧소리가 귓가를 간질이고 있더군요.

가늘게 진동하는 콧소리의 주인공은 다른 아닌 아내였습니다. 남편인 제가 잠드는 것을 보고는 피로가 몰려왔나 봅니다. 병실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뒤늦은 잠을 청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긴장이 풀려서 더욱 곤하게 쓰러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에는 잘 골지도 않은 코까지 골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의 잠자는 모습이 너무나 측은합니다.



며칠 전이었지요. 아침에 눈을 떴는데, 전 같지 않은 배앓이가 시작되었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화장실 한번 다녀오고 나면 풀리곤 했었는데, 그날따라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육감으로 느낄 수 있었지요. 진찰 좀 받아봐야겠다고 하고는 동네의원으로 달려갔지요.

의원에서 증상을 본 결과, 급성맹장이 의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곧바로 종합병원 일반외과로 가보라는 것이었지요. 아내에게 사실을 말하고는 같이 종합병원으로 달렸습니다. 남들에게 들은 바, 맹장이라는 것이 별 것 아니기도 하지만 아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자체가 걱정이 되는 가 봅니다. 가는 도중에도 단순한 배앓이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종합병원의 응급실, 정말검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내가 긴장을 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을 겁니다. 살짝살짝 스쳐 지나가는 아내의 표정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잠시  후 급성맹장이라는 확진이 내려지고 CT촬영 중에 체내에 직경 2cm 크기의 담석도 발견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같이 복강경 기법으로 수술을 하기로 하였지요.


수술시 보호자가 알아야할 사항들을 사전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칫 적은 확률이나마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고 수술과정 중에 개복수술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등 담당의사의 사전 설명은 보호자로서의 아내를 더더욱 긴장하게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수술시간이 잡혔습니다. 기다리는 사이 병실을 지정받고 마저 못한 수술준비를 하는 동안 점심시간도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환자의 입장에서야 배고픔은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옆에 있는 사람은 그게 아니지요. 아침부터 쫄딱 굶었으니 말입니다. 정작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수술이 시작되려면 앞으로도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합니다. 마침 시누까지 왔으니 둘이서 인근 음식점에서 가서 밥이나 먹고 오라며 간신히 등을 떠밀었지요.

하지만 수술을 기다리는 시간은 한 시간을 다 채워주질 않았습니다. 수술실로 가자며 간호사가 달려옵니다. 아내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지요. 시간이 앞당겨졌다고, 수술하고 나올 테니 걱정 말고 천천히 먹고 오라고요. 수술이 끝나고 난 다음 안 사실이지만 이 전화를 받고 음식이 목에 턱 하고 걸려버렸답니다. 밥이 넘어갈 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부랴부랴 달려온 아내는 그 후로도 두 시간이나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아내의 성격상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지 짐작이 가는 부분입니다. 긴장은 수술을 성공리에 마치고 나온 남편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가까스로 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결혼 후 14년, 평소 아내에게는 건강한 체질로만 알았던 남편입니다. 비록 남들은 크게 개의치도 않는다는 간단한 수술이라고는 하지만 마취상태에서 몸에 칼을 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본인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에서는 너무나도 의연했던 아내, 하지만 태풍이 지난 뒤, 정작 본인은 쓰러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코골며 잠들어 있는 아내가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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