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울려 퍼진 찬송가, 그 씁쓸했던 광경
부처님오신 날 봉축 법요식이 아침10시에 일제히 열린 어제, 한라산 1100도로에는 아침부터 몰려든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뤄야만 했습니다. 무료 슬롯 사이트 최대의 사찰인 관음사와 천왕사 그리고 영실의 존자암으로 향하는 차량들이 일제히 몰려들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휴일을 맞아 한라산의 등산을 하려는 등반객들의 차량까지 몰리는 바람에 그 체증은 더했는데요, 때마침 한라산에는 털진달래가 만개를 하여 온통 분홍빛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저도 잠시 영실의 존자암에 들른 후 한라산으로 올랐습니다. 털진달래가 막바지에 이르러 이번 주가 지나면 모두 떨어지기 때문에 별러왔던 일정이었습니다.
분홍빛 장관의 한라산을 구경하고 기분 좋게 하산하던 중 영실 병풍바위의 급경사 구간을 거의 다 내려 왔을 때입니다. 대략 오후 3시정도 된 것 같습니다. 어디서 흘러나오는지도 모르는 노래 소리가 영실계곡에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잠시 하산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처음에는 존자암이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암자에서 부처님오신 날 행사로 인한 소음인가 했습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들어보니 전혀 다른 종류의 노랫소리입니다.
쉬지 않고 계곡에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내려오는데, 마침 스쳐 지나는 등반객의 입에서 불평 섞인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저런 짓을 꼭 산에까지 와서 해야 하나?"
처음에는 이소리가 무슨 소린가 했습니다. 무슨 황당한 광경이라도 목격한 듯한 푸념이었는데, 소리가 나는 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한라산 영실 등반로의 처음 급경사 조금 오르면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가 있습니다. 기암절벽과 멀리 해안 풍경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로 성인 십 수 명이 한꺼번에 쉬어갈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약 20명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빼곡히 자리를 깔고 앉아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등산복 차림인걸 보니 교회 내에서 활동하는 등산동호회 회원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맨 앞에는 남자 한사람이 서서 진행을 하고 있고 앉아 있는 모두의 손에는 찬송가를 적어놓은 것으로 보이는 A4용지가 한 장씩 들려져 있습니다. 오고가는 등반객들의 시선은 아랑곳 않은 채 찬송가는 계속 불려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단체로 점거(?)하고 있는 자리는 다름 아닌 급경사를 오르느라 힘든 등반객들이 잠시 땀을 식혀가는 곳입니다. 옆으로 겨우 성인 한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만 남겨둔 채 전세를 낸 듯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연이길 바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황당한 광경을 목격한 날이 부처님오신 날이네요. 이 부분은 차치하고라도, 좋은 날을 잡아 기분 좋게 등산을 왔으면 자연경관이나 만끽하고 가면 좋을 것을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까지 이래야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광경이었습니다.
문득 어제 아침 모 블로거가 발행한 '종교가 아닌 종교인이 싫은 이유' 라는 글이 떠오릅니다. 너무했다 싶어 뒤를 돌아보며 내려오는데, 진행자의 입에서는 "자~! 이제 4절입니다..."라는 목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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