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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공항내 컴퓨터 때문에 벌어진 황당한 싸움

by 광제 2010.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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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내 컴퓨터 때문에 벌어진 황당한 싸움

며칠 전 기상악화로 국내선 항공기가 무더기로 결항됐었죠. 짙은 해무가 공기층을 덮어 버려 항공기의 이착륙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공항을 이용하여 빠져나가려는 많은 사람들이 발이 묶여 공항대합실의 내부는 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혼잡한 상황을 연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웅하려던 지인도 난처한 상황 앞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합니다.

급기야 사람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항의소동도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기다리다 지쳐버린 사람들은 자리를 깔고 대합실 바닥에 주저앉기 시작하고 어른들을 따라 나선 어린이들의 일부는 대합실 내부에 마련된 컴퓨터에 매달려 인터넷에 열중입니다. 항공기 결항으로 인하여 애타는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두가 즐거운 표정들입니다.

하지만 잠시 후 아이들이 인터넷을 하고 있는 그 자리에서 큰 고성이 오고갑니다. 아주머니 한분과 성인남자 한분이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정색을 한 채 아주머니의 뒤편에 몸을 숨기고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머니는 아이들의 엄마인 것이 분명합니다. 잠시, 오고가는 내용을 들어보니 컴퓨터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공항 대합실에 설치된 컴퓨터(bms0218님의 이미지, 내용과는 무관)

항공기가 결항되어 임시거처를 알아보려고 인터넷을 하고자 했던 남자는 어린이들이 몰려들어 진을 치고 있는 바람에 컴퓨터 이용에 차질이 빚어진 것입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자리를 뜨지 않는 어린이들, 기다리다 못한 남자는 급기야 아이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던 것입니다.

아이들을 밀어내는 과정을 보니 않았으니 어떤 식으로 밀어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졸지에 자리를 뺏긴 아이들이 엄마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일러바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아이들의 얘길 듣고 달려온 엄마와 자리를 뺏은(?) 남자와 한판 실랑이를 벌이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갖고 놀라고 설치한 컴퓨터가 아니잖느냐.."

"당신 컴퓨터도 아닌데, 애들이 쓰고 있는 컴퓨터를 함부로 뺏는냐.."

남자의 주장을 들어보니, 뺏은 게 아니고 "급해서 그러니 내가 좀 쓰면 안 되겠냐"고 조용히 말했다고 하는데, 워낙 완강하게 밀어붙이는 아주머니의 기세에 주장이 먹혀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대합실에 진을 치고 있었던 사람들이 고성이 오고가는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소위 말하는 '싸움판구경'이라는 볼썽사나운 광경이 연출되고 말았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많은 외국인도 볼 수 있었는데, 영문도 모른 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는 여간 낯이 뜨거운 게 아닙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낯 뜨거웠던 싸움은 처음 컴퓨터를 이용했던 어린이에 의해서 끝이 났는데요, 사람들이 몰려들어 창피하다는 것을 알았는지, 엄마에게 '그만 싸우라'며 손을 잡아끌었던 것입니다. 이 광경을 보니 엄마보다는 딸의 행동이 한결 어른스러워 보입니다.

더 이상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끝나 다행이지만, 애초에 싸움의 원인을 제공했던 공항대합실내의 컴퓨터, 이 컴퓨터는 관광객들에게 관광지에 대한 정보와 여행과 관련하여 궁금증을 검색하는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설치된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오래도록 차지하고 있으면 정작 긴하게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낭패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이들을 데리고 있는 어른들의 조그마한 배려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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